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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우리 시대 진보적 지식인의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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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우리 시대 진보적 지식인의 초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1/20 09:24 수정 2018.11.20 09:24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고등교육법 부분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 교육문화위원회를 통과했다. 연일 강사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중앙대 사례가 흥미롭다. 중앙대 강사는 대략 45% 강의를 지금까지 책임졌다고 했는데, 전체 예산의 1.2%를 강사 임금으로 지급했다. 강사법이 도입되면 0.3% 비용이 상승한다. 그런데 중앙대는 예산 대부분이 경직성이다 보니 그 ‘0.3%’ 예산 증액을 감당할 수 없어 강사를 줄이고 졸업학점도 줄일 계획이라 한다.


나는 중앙대 입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런데 중앙대 처사를 보면서 학교 입장에 동조하거나 학교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옹호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어떤 이들은 학문후속세대를 위해서라도 강사법은 통과되지 않는 게 좋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분에게 강사법으로 인해 학문후속세대가 망한다느니, 대학원이 망한다느니 하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위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랑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학교 행정에 열심히 동조하시면 된다.



그들 논리는 이렇다. 강사들이 재임용되면 대학원을 졸업하는 후속세대들 강의 기회는 줄어들고 대학원 수요가 사라져 학문후속세대가 끊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위의 주장을 하는 이들은 대학은 학문후속세대를 위해 0.3% 예산도 추가로 쓸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에 동의한다. 시간강사들이 대학 강의의 45%를 맡고 있는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 졸업학점을 줄이고 대량강의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수긍한다. 이런 전제를 수긍하면서 학문후속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나라면 차마 낯부끄러워 그런 주장에 동조하지는 못하겠다. 차라리 대학에 0.3% 예산 증액을 요구하겠다. 설령 내 연구보조금이 조금 깎기더라도 말이다. 연구보조금 조금 덜 받아 학문후속세대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걸 못하겠냐고 대학을 향해 쏘아붙이겠다. 아니면 대학발전기금 마련을 위해 교수들이 나서자고 제안해보겠다. 0.3%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서.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학문후속세대 걱정하는 것 아닌가?



대학에 동조하는 이들은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미 현재 시간강사제도를 주어진 ‘자연’으로, 숙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좋다. 학교 입장을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나는 정부를 향해서라도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강사ㆍ대학원생ㆍ민교협ㆍ사교협 등과 협력해 공동전선을 만들자고 제안하겠다. 적어도 운동을 해온 사람,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학문후속세대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 요구를 하지 못해, 0.3% 추가 예산 아깝다는 대학에 동조하며 시간강사들에게 현 상태에 적응하라고 말하는 정규직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진보적 지식인 모두가 이 심정이라면, 그래서 현재가 계속되길 바란다면 지식인 운동은 실질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어진 현실이 가장 좋은 상태인데,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게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후쿠야마식으로 표현하자면 한국 진보지식인들은 ‘역사는 종언’을 선언한 셈이다. 그 어떤 진보의 외피를 쓰더라도 말이다. 자기애만이 흘러넘치는 지식인 세상에서의 ‘최후의 인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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