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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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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박 6일이라는 약간 이상한 일정으로 경남지역 동료 해설사들과 함께 캄보디아 씨엠립의 앙코르유적 답사를 다녀왔다. 우리 양산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인 통도사가 지난 6월 경남도내 불교 사찰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터라 불교국가 캄보디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 불교유적 답사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12~13세기 초 조영된 높이 100m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과 일명 ‘크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초대형 4면 관음보살상 등은 과연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조영 당시 태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을 아우르는 강력한 통일 왕권과 종교의 힘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가 없는 대역사다.
규모뿐 아니라 마치 반죽으로 빚은 듯한 섬세한 조각도 놀라웠는데 계속 감탄을 하면서도 마음 한쪽으로는 ‘화강암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 불상과 탑 등을 조각한 우리 조상들이라면 이런 사암(砂岩)쯤이야…’라는 등 속 좁은 생각도 해봤다.
이곳 불교유적은 우리와 너무 다르다. 대승과 소승이라는 기본적인 차이도 있고, 우리 불교도 토속 신앙을 습합해 많이 변용됐지만 캄보디아 불교는 불교라는 이름의 힌두교인 것 같다. 사원 입구 소나 사자상 그리고 ‘나가’라고 하는 머리 다섯 혹은 일곱 달린 뱀, 불상의 표정과 광배와 수인 등도 생소하고, 전통적인 농경 국가에서 대지의 신으로 숭배하는 뱀이 사원 입구와 지붕, 심지어 불상의 광배까지도 장식하고 있다.
어쨌든 귀중한 답사 경험을 일선 해설 활동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우선 통도사가 도내 사찰로는 유일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적극 부각하려고 한다. 양산을 잘 모르는 외지인,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은 큰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에서 300km나 떨어져 있는 작은 농촌 마을 씨엠립이 캄보디아 최대의, 그리고 세계 유수의 관광도시가 된 것은 세계유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다른 지역 예를 봐도 세계유산 하나가 그 지역 관광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세계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한 이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남 관광은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에서부터…’라고 감히 주장한다.
우리와 캄보디아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 35년, 캄보디아는 프랑스 식민지(보호령) 90년이라는 쓰라린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 우리만큼 고통스러운 식민지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동족과 권력에 의한 끔찍한 대량학살의 뼈아픈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이른바 ‘킬링필드’로 캄보디아 전역에서 당시 인구 800만명 가운데 200만명(여러 가지 이설이 있음)이 학살당했다고 한다. 왓트마이 사원에는 당시 학살당한 이들의 해골을 차곡차곡 재어놓은 탑이 있었는데 그 퀭한 눈구멍들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우리도 동족과 폭압적인 권력에 의한 유사한 경험이 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검지를 세우고 ‘1달러, 1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세대 또는 반쯤 윗세대는 어릴 때 주위에서 이와 유사한 모습을 흔히 보며 자랐다. 캄보디아는 멀지 않은 과거의 우리였다.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위의 일부 표현은 문화나 종교의 우열이 아니라 다만 그 다름을 말하는 것이며, 또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 종교 띄우기가 아님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