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일가(一家)를 이룬다ㅡ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l 시 감상
적막을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둠이 아니면 표현하기 어렵고 홀로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그 느낌. 외로움보다도 더 크게 와 닿는 쓸쓸함으로 허무를 느낄 수밖에 없는 내면의 시간으로 적막은 충분한 사유의 공간이다.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팔찌를 만들었다.
팔찌를 만드는 그 시간으로 하여금 쓸쓸함을 밀어내는 시인의 작품에서 마음을 읽어 내린다. 혼자가 아님을 강조하며 사물에 물활론적 기법으로 누군가가 옆에 있는 듯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그 힘으로 인해 순간의 삶에 행복을 누리며 생명 있는 것과의 교감으로 지독한 허무를 극복하려는 느낌. 공감 가는 시 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