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번 공청회뿐 아니다.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9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발의한 이후, 양산은 물론 경남 전역에서 조례안을 놓고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물론 학생, 교직원들조차도 찬ㆍ반 논쟁이 격렬하다.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찬ㆍ반 입장과 근거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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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은 지난 9월 11일 경남도의회에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발의했다. ‘4장 5절 51조’로 구성한 조례안에는 ‘자유권’, ‘평등권’, ‘참여권’, ‘교육복지권’ 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경남도의회 심의를 거쳐 내년 4월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학생 신분 이전에 인간 권리 부여
‘자유권’이란 학생이라는 신분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 체벌과 폭언을 금지한다. 개성을 실현할 권리도 있기에 두발자유, 교복착용 여부를 선택할 권리도 보장한다.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학생 소지품 검사 금지, 학생 성적 공개 금지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평등권’에는 학업 성적, 소득 수준, 가족 형태, 용모, 신체조건, 장애, 인종, 성차에 따른 차별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차별 없이 충분한 교육과 예산을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또 성폭력 피해나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여권’은 학생 의사결정권과 학생자치제도를 보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학교 사설 모의고사 등과 같은 평가를 할 때 학생 동의를 얻어야 하고, 앨범ㆍ체육복 등 학부모 경비 부담이 있는 사업을 진행할 때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도록 했다. 또 학생회, 학급회, 동아리 등 학생자치조직을 민주적으로 구성ㆍ운영할 권리를 주며, 학생 스스로 학칙 등 학교 규정을 만들고 고치는 데 참여하도록 했다.
또한 ‘교육복지권’은 학생생리 결석을 인정하고 불이익을 없도록 배려하도록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했다. 또 취업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인권도 담았다. 무엇보다 장애ㆍ다문화ㆍ빈곤ㆍ북한이탈주민ㆍ성 소수자 등 소수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도록 명시했다.
❚ 조례안을 바라보는 시각차 커
이 같은 내용의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놓고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찬성 측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기본적 권리 회복과 학교 자치 토대를 마련하는 ‘미래교육 출발이자 상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반대 측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해 학생 통제를 막는 ‘학생생활교육 포기 조례’라고 주장했다.
우선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이나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에 입장 차가 크다. 조례안은 성 정체성을 포함한 성적 권리는 물론 빈곤, 국적, 정치적 사상 등 개인 사생활로 인해 누구든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기절제가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성적 권리를 보장하면, 성적 방종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교권 하락이다. 학생에게는 권리만을, 반면 교사에게는 의무만을 주는 조례로 학생생활지도 등에 어려움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례안은 학생 학습권과 교사 수업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두발ㆍ용모 규제, 핸드폰 금지, 소지품 검사 등에 대해서는 학생을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스스로 교칙을 정할 수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다. 이는 누구도 명확히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반대측은 광주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2011년 이후 성적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측은 조례 지역과 비조례 지역의 수능 평균 점수 차이도 별반 나지 않지만, 미래 교육에서 학력이란 더는 수능 점수가 아닌 창의성과 사회성을 아우르는 성숙도를 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2012년 시민단체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경남본부’가 경남도민 4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 발의’로 처음 출발했다. 하지만 당시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하지 않아 무산됐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교육청(2010년), 광주시교육청(2011년), 서울시교육청(2012년), 전북도교육청(2013년) 등 4곳에서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