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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학교, 혁신학교와 달라야 한다..
오피니언

민주시민학교, 혁신학교와 달라야 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2/18 08:59 수정 2018.12.18 08:59

 
↑↑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양산시민신문  
얼마 전 교육부는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프로젝트 수업을 중시하는 ‘가칭 민주시민학교’를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강의 중심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자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돕는 민주적인 학교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이란 “시민이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기본원리와 제도를 이해하며 민주역량을 높여 공공체 삶의 향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교육 및 제반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기능은 공익과 사익, 평등과 자유, 통일성과 다양성, 더 나아가 시민성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조정하고 균형을 맞출 것인가의 과정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는 민주시민학교 도입은 “향후 입시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내년에 전국 51개교에서 민주시민학교 시범 운영을 지정 계속 확대하겠다”고 한다. 현재 전국에는 1만1천여곳 초ㆍ중ㆍ고교 중 혁신학교가 1천525곳(13.8%)인데, 여기에 민주시민학교를 추가로 지정해 ‘범혁신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우려와 반대 여론이 높다. 기존 혁신학교의 경우 학업 성취도가 다른 곳보다 낮아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제2의 혁신학교’를 만드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혁신학교 고교생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 평균(4.5%)의 3배에 가까웠다.

민주시민학교가 기존 진보 교육감들이 2009년 도입한 혁신학교와 유사한 모델이며, 도입된 지 10년 만에 사실상 실패한 정책인데 문패를 바꿔 달고 제2의 혁신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지 벌써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도 혁신학교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혁신학교가 사라진 것처럼 표현한 것은 혁신학교다운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별처럼 빛나는 성과를 낸 혁신학교들이 점차 평범한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사라지는 별들을 대신해 새로 빛나는 별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혁신학교라는 말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은 다 여기저기 흩어져 버리고 잔해와 잔상만 남았지요”, “여기서 전근 갈 때 또다시 혁신학교를 지원하는 교사들이 없어요” 혁신학교 교사들과 교장이 한 말이다.

민주시민학교도 혁신학교처럼 수업 시간에 학생 참여를 중시하고 교과 간 통합 수업을 권장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고 한다. 또한 학교 운영에서는 교장 대신 교사나 학부모 권한을 강화하고, 학생회 등 학생 자치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점과 해당 학교에는 일정한 운영비를 추가 지원하는 점도 유사하다.

교육부는 민주시민학교에서는 학생 평가 방식도 바꾸겠다고 한다. 객관식 평가를 지양하고 서술평가나 수행평가를 통해 점수를 내고 또 국어ㆍ수학ㆍ영어 등 전 과목에서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을 배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업방법과 평가방법 개선을 위한 수업이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교사에게 주어지는 온전한 평가권이다. 교사에게 주어지는 평가권은 민주시민학교와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차원 높은 수업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다. 그것은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차원 높은 수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교사가 토론과 발표 위주로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수업을 전개했다면 평가 또한 그 수업에 맞춰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성공을 위한 제일 중요한 요인은 교사들 헌신과 열정이다. 변화를 열망하는 교사들이 학교에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동시에 투입하면 민주시민학교든 혁신학교든 성공은 가능하다. 그러나 교사들 헌신과 열정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민주시민교육은 오래 지속되거나 널리 확산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떤 정책이 뿌리를 내리려면 철저한 준비와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아메리칸 인디언 오마스족 격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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