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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아프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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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詩] 아프락사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2/18 09:01 수정 2018.12.18 09:01

아프락사스

                                  성명남

 
↑↑ 성명남
시인
2012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귀가 자라는 집’(2016 세종 우수도서 선정)
ⓒ 양산시민신문  
꺾어 온 찔레꽃을 꽃병에 꽂다가
일부러 꺾고, 시듦은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독한 락스 한 방울 떠올리다가
그 물 마실 꽃을 생각하다가
끓는 물에 줄기 끝 담글까
잎 가시 떼고 거꾸로 매달까
질끈, 생각하다가
다정한 손길로 물 갈아주고
상냥하게 향기를 맡다가
주말마다 아득하게 달려가
압화 같은 당신을 오래 감상하다가
봄여름가을겨울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을 간호하다가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너그러운 법률을 떠올리다가
후회하다가 변명하다가
나도 나를 모르다가


*아프락사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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