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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체육, 동화구연, 다도 등등. 상북면 상삼마을 경로당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다. 어르신들은 ‘평생학습 마을학교’ 수강생으로, 가장 어린 학생이 87세,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은 무려 100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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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평생학습 마을학교는 교육 기회를 놓친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배움터다. 양산시의 평생학습 특화 프로그램으로, 양산평생교육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상삼마을을 포함해 모두 26개 마을에서 5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한 마을당 8개월 동안 매주 1회 경로당으로 강사들이 방문해 다양한 평생교육 활동을 펼쳤다.
이 가운데서도 상삼마을은 최고령 학생이 있어 더욱 화제다. 윤복연 어르신은 올해 나이 딱 100세다. 경로당의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성실히 교육받아 당당히 수료생이 됐지만, 사실 처음에는 참여를 꺼렸다.
보행기나 지팡이 없이 혼자서 경로당을 오갈 정도로 건강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탓에 혹시나 수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걱정에 수업 권유에 손사래를 쳤다고.
윤 어르신은 “게다가 요즘 유독 손에 힘이 없어서 미술이나 체육은커녕 글자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았지. 그런데 경로당에 와서 수업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너무 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용기 내서 참여했는데, 안 했으면 후회했을 거야. 정말 즐거웠거든”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윤 어르신이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단연 미술. 한지로 이쁜 고무신을 만들 때는 꽃다운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고.
미술은 수업을 들은 다른 어르신들도 무척이나 좋아했던 수업이다. 부채 꾸미기, 하회탈 만들기, 판화 찍기 등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다채로운 과정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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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과 치매 예방을 위한 미술치료활동도 큰 인기였다. 특히 10세부터 100세까지 자신이 꿈꿨던 삶을 그래프로 그려본 ‘인생그래프’ 수업은 어르신들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감성까지 터치해 어르신들에게 미술을 통한 힐링의 기회까지 선사했다.
놀이 활동도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췄다. 화투로 기억력을 되살리는 메모리게임, 현대 보드게임인 몽키게임을 산가지 놀이와 접목시키는 등 친숙한 놀이를 구상해 뇌활동에 도움을 줬다.
이 외에도 과목별 자격을 갖춘 전문 강사들이 건강 체조, 동화구연, 스토리텔링, 다도 등 다채로운 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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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화(80) 어르신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졌어요.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수업을 할지 궁금하고 기대를 한 채 일주일을 보내는 거죠. 모두들 50~60년 전 학교 다닐 때야 뭘 배웠지, 그 후에는 삶이 무거워서 뭘 배운다는 엄두를 못 냈죠. 내년에도 마을학교를 또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상삼마을을 담당한 하지영 강사는 “얼마 전 졸업식 날 어르신 자녀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평소 말씀이 없었던 부모님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수업 장면을 찍어 보내 주고, 자신이 만들었다며 미술 작품도 보여 주는 모습에 감동을 했다는 거예요. 작은 방안에 홀로 하루를 보내던 어르신들이 방에서 나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게 하는 것, 그것이 ‘평생학습 마을학교’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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