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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선생님, 정말 왜 이리 힘들어..
오피니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선생님, 정말 왜 이리 힘들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1/02 08:57 수정 2019.01.02 08:57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이틀 전, 범어택지에서 스팀세차장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소주 한 잔과 함께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는 70년생 동갑이다. 사장님은 지난 6년간 스팀세차장을 운영해 온 숙련공이며,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이 일을 해 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스팀세차, 자영업의 어려움으로 흘러갔다. 

지금도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 7~9월 정말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스팀세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범어택지뿐만 아니라 증산택지, 동면, 석계 등에 스팀세차장은 우후죽순처럼 증가했다. 갑자기 증가한 공급물량, 진입자들의 저가 공략,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어우러져 세차장 사정은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다시 과거 용접공 시절로 돌아가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선생님, 정말 왜 이리 힘들어요?’ 경제학으로 입에 풀칠하는 사정을 아는지라 내게 한 질문이다. 사실 그는 내게 질문을 한 것이 아니다. 그 깊은 마음의 주름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호소였다. 그의 말 속에는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내가 덧붙일 게 없었다.

오늘날 자영업은 너나 가릴 것 없이 힘들다. 마실에, 이웃 다운타운에 소비가 있어야 자영업이 소생한다. 제조업 경기가 침체하고 건설업 투자도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노동자들 주머니가 얇아지니 소비심리가 위축했다. 더군다나 인터넷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기록적인 흑자재정으로 어려운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불황이라도 어떤 사업 아이템이 잘 나간다는 이야기가 돌면, 그것도 초기투자자본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으면 너도나도 그 업에 뛰어든다. 노동자가 돼야 할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영업에 뛰어든다. 이렇게 되면 그 업종에 종사하던 자영업자도 어렵고 새롭게 뛰어든 이도 어렵다. 제 살 갉아먹기식 자해적인 투자다. 범어, 증산, 석계 등지에 새롭게 진입한 스팀세차장 가운데 상당수는 문을 닫았다.

한국의 가장들은 책임의식이 무척 크다.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든 해서 입에 풀칠하려 한다. 자영업에 뛰어든 이유다. 그러나 무분별한 자영업 진출은 그나마 있던 자산은 까먹고 마음은 마음대로 지치고 소득은 늘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물금 인근 신도시 임대료는 부산 도심 임대료와 비교해도 너무 높다. 자영업은 답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실업의 고통은 이혼당한 것만큼이나 개인의 행복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더라도 너무 쉽게 자영업에 뛰어들 생각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17년 만에 실업급여 기간이 크게 변했다. 2019년 실업급여는 최고 214만원을 받을 수 있으며, 실업급여 기간도 최고 210일로 바뀐다. 실업급여가 부족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으며 직업교육을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야 한다.

양산시는 구직자들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2017년 양산시 일자리경제과 1년 예산은 153억 8천만원이다. 양산시 일반회계의 2.26%에 불과하다. 양산시는 지방세 세외수입이 크고 채무는 없다. 일반회계에서 일자리 예산을 충분히 늘릴 여지가 있다. 시민이 자영업이 아닌 임금소득자로서 삶을 살도록 적극적으로 인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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