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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열린 칼럼] 정월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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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정월대보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2/26 08:49 수정 2019.02.26 08:49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지난 2월 19일은 우리 전통 명절인 정월대보름이었다. 그날 전국적으로는 비가 내리는 날씨와 2년 만에 다시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많은 곳에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취소 또는 축소했다고 하는데, 다행히 내가 사는 양주동은 예정대로 행사가 치러졌다. 양주ㆍ중앙ㆍ삼성ㆍ강서 4개동 공동으로 양산천 둔치에서 진행한 행사에는 2천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행사 조금 전까지도 비가 내린 궂은 날씨치고는 나름 성황을 이룬 것 같다.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하는 대보름날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한해 농사의 시작일이라 해 매우 큰 명절로 여겼다. 그래서 농사를 시작하기 전 잡된 것을 물리치고 풍농을 기원하는 세시풍속도 매우 발달했다.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해 마을의 평안을 비는 동제를 지내고 오곡밥과 약식 등을 지어 먹었으며,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달맞이와 달집태우기, 지신밟기와 쥐불놀이 등 전통 민속도 전승되고 있다.

문헌에 처음 나오는 정월대보름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 권1 ‘기이’ 편의 사금갑(射琴匣) 설화다. 지난달 이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이 설화는 서기 488년 정월대보름날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까마귀와 쥐 그리고 돼지의 도움으로 왕비의 간통과 모반을 적발할 수 있었던 신라 21대 소지왕(재위 479~500)은 까마귀를 위해 정월대보름날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 이름 짓고 해마다 약식을 지어 제사 지내게 했다고 한다.(이것이 지금의 약밥으로 전승됐다)

대보름 절식(節食)으로는 오곡밥ㆍ묵은 나물ㆍ약밥과 부럼ㆍ귀밝이술 등이 있고, 풍농과 복을 비는 풍속으로는 볏가릿대 세우기ㆍ복토(福土) 훔치기ㆍ용알뜨기ㆍ다리 밟기ㆍ백집밥 먹기ㆍ나무 시집보내기ㆍ나무 아홉 짐 하기 등이 있다. 또 한 해 농사의 흉풍을 점치는 달집태우기ㆍ사발재점ㆍ그림자점ㆍ달불이ㆍ집불이ㆍ소밥 주기ㆍ닭울음점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정월 대보름 풍속은 전통적인 농경사회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금기도 많았다. 대보름날에 찬물을 마시면 여름 내내 더위를 먹으며 논둑이 터진다든지, 비린 것을 먹으면 여름에 파리가 들끓고 몸에 부스럼이 생긴다든지, 보름날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밥을 주면 개가 여름 내내 잠만 자고 파리가 많이 달려든다든지(‘개 보름 쇠듯’이라는 속담도 있다), 키 작은 사람이나 아이가 아침에 가장 먼저 찾아오면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등이 그것이다.

고대 풍속은 정월대보름을 설, 즉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는 대보름에도 섣달그믐과 마찬가지로 밤을 새는 풍속이 나온다. 또 양력만을 쓰는 일본에서도 음력 1월 15일을 작은 설(小正月)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대보름을 새해 시작으로 삼았던 고대 역법의 흔적이 보인다. 달의 차고 기욺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농경사회에서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에 설보다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정월대보름날(또는 전ㆍ훗날)은 일 년 중에서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데, 그것은 이날이 달과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달과의 거리가 가장 먼 날, 즉 달이 가장 작게 보이는 날(올해는 9월 14일)보다 14% 더 크게 보인다고 한다. 달이 태양의 정 반대편에 위치하는 데는 27.3일이 걸리고,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위상변화 주기는 29.5일로 차이가 있어서 어떤 해에는 정월대보름 당일에, 어떤 해에는 그 전날이나 다음날에 가장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종이에 지구ㆍ달ㆍ해와 궤도를 그려가면서 한참을 계산해 봐도 잘 이해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우리 독자들이 오곡밥을 먹고 부럼과 귀밝이술을 드셨다면 조상들의 지혜와 배려도 함께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부럼을 깬 것처럼 일 년 내내 무탈하고 부스럼 없이 건강하게, 귀밝이술을 마신 것처럼 일 년 내내 귀가 밝아서 좋은 소식만 듣게 되기를 바란다.

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절식과 제의ㆍ놀이의 설명은 지면 관계로 생략하지만 우리 독자들께서 하나씩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나하나 찾아보면 너무 재밌다.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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