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97호 신기리 산성 정비방안
① 신기리 산성에 대한 새로운 주장
② 신기리 산성 석축과 주변 훼손
③ 신기리 산성 종합정비안
|
 |
|
↑↑ 가장 온전한 상태인 남쪽 성벽도 끝 부분이 흘러 내리면서 중간에 배부름 현상이 발생해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
ⓒ 양산시민신문 |
|
“신기리 산성을 우리나라 사적 가운데서도 비교적 이른 제97호로 지정한 것은 그만큼 중요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공연한 성내(城內) 농지 불법 경작으로 훼손이 심각한 성벽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달 22일 열린 신기리 산성 관련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서유석 창원대 교수(건축학과)는 양산시와 공무원, 주민에게 강한 어조로 당부와 함께 대책을 촉구했다.
신기리 산성은 우리나라가 사적을 처음 지정한 1963년 1월 21일 제97호가 됐다. 해방 후 국내 고고학계의 심층조사가 기반이 됐겠지만, 실상은 일제 치하의 정밀조사 자료를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리 산성은 성황산(330.6m) 산성이라고도 불린다. 북서쪽으로 산정상 약간 아래쪽 부분을 둘러싸고 동남쪽 골짜기를 포함하는 복합식 산성(複合式 山城)으로, 둘레가 2.6km에 이른다.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규모다.
나동욱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신기리 산성이 조선 후기 1703년 금정산성을 축조하기 전까지 기장, 언양, 동래 주민이 유사시 피신해 기거하는 전쟁에 대비한 입보용산성(入堡用山城)으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1천여년간 한반도를 넘보며 낙동강 하류에서 북상하는 왜를 저지하는 최남단 전략요충지이자 주민 안전을 지켜주는 읍성으로 자리매김했던 것.
|
 |
|
↑↑ 남문 터에서 관청 건물이 집중적으로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위치에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가건물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
그러나 조선 말기부터 역할이 축소되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제 폐허만 남아 있다. 현재 성벽 대부분은 허물어지고 동벽 3곳, 서벽 2곳, 남벽 1곳, 북벽 1곳 등 모두 7곳만 부분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채석장 남쪽 성벽은 가장 양호한 상태다. 높이 3m에 성벽 10m가량이 온전한 상태다. 성황사(城隍祠)에서 제2망대로 추정하는 구간 사이 동문지 주변, 동문지 북쪽 경사면 성벽 약 2m 높이도 양호하다.
하지만 대부분 성벽 구간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거나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남아 있는 성벽은 잡목과 고사목 줄기와 뿌리로 인해 체성부(성벽을 이루는 몸체 부분) 거의 모든 구간에서 성벽 외벽이나 상부, 안쪽 성벽의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남은 성벽의 외벽 면석이나 안쪽을 파괴하고 유실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신기리 산성은 약수터, 벤치, 운동시설, 육각정 등 등산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근린공원으로 지정되고, 등산로가 성벽 위에 있어 등산객 이동으로 인한 계속되는 하중으로 성벽 배부름과 붕괴, 석재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신기리 산성은 남서쪽에서 시작하는 등산로가 무려 7곳에 이르고, 둘레길 1곳이 있다. 성내 텃밭 농사가 산성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신기1리 쪽 남문지를 기준으로 성내로 진입하는 등산로 주변은 경작지와 가건물이 들어서 있어 훼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
 |
|
↑↑ 과거 관청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성내 평탄한 구역에 농작물 재배와 가건물이 설치돼 훼손이 심한 실정이다. |
ⓒ 양산시민신문 |
|
성내 육각정이 있는 잔디밭을 경계로 해서 평지 2개 구역에 작물을 재배하면서 어지럽게 가건물도 들어서 있는데, 이곳은 과거 관청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돼 향후 발굴조사 예정지로 꼽히는 중요한 곳이다. 신기리 산성 문화재지정구역 내 사유지는 14필지 3만2천452㎡로, 전체 면적의 18.7%를 차지하는데 1만5천여㎡에 밭을 경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사학자들은 “신기리 산성의 역사적인 중요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만큼 늦었지만 제대로 된 보전방안을 마련해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적지로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시 문화관광과는 “사적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문화재청 승인 거쳐야 보수와 정비를 할 수 있어 당장 훼손된 석축을 손볼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사적지 안에 공작물 설치는 처벌할 수 있지만 농작물 경작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