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동거2
오피니언

[詩 한 줄의 노트] 동거2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3/05 10:29 수정 2019.03.05 10:29

동거2

-연리지-

                                                 박정애


아파트 입주선물로 받은 벤자민 화분 두 개
강산이 세 번 변하고 오년이 더 지날 동안
베란다 귀퉁이에서 사철이 푸르다
나무도 한자리에 오래 살다보면
깊은 정이 드는지
서로 손을 뻗다 설키고 엉켜
이미 한 몸이다
얼룩무늬와 색깔이 다른 잎을 가지고도
두 나무가 가지를 자르면 흰 수액 뚝뚝 흘리며
이내 하나로 아물어 단단한 옹이가 지는
상처가 상처를 만나
아픔과 아픔이 만나
결의를 다지는 저들의 혈액형은 무슨형일까
참고로 나는 O형이다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결혼과 동시에 동거한 벤자민 화분이 있는 베란다 한쪽을 바라본다. 스무하고도 여섯 해를 함께하고 있다. 오랜 동거여서인지 서로 엉켜서 한 몸이 돼 부부애를 과시라도 하듯 지금까지 잎 푸르고 가지 뻗어 제 자리 한몫 단단히 차지하고 있다. 백거이의 서사시 중 가장 아름다운 대표 시 ‘장한가’에서 보면 당나라 황제 현종과 양귀비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 표현돼 있다. 하늘에는 ‘비익조’ 땅에는 ‘연리지’로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란다 해 화목한 부부나 남녀 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이다.

나무도 한자리에 오래 살다보면/깊은 정이 드는지/서로 손을 뻗다 설키고 엉켜/이미 한 몸이다. 연리지에 딱 맞는 표현이다.

몇 권의 시집을 내고도 이번에 새 시집 ‘박자를 놓치다’를 출간한 박정애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시 한 편. 나의 두 번째 시집에서 해설을 맡아주셨고, 개인적인 친분과 함께 존경하는 시인이다.

살다 보면 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어려움으로 눈물겨울 때가 많은 날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인간의 정신력이란 것이 만고에 분명한 진리, 아픔과 아픔이 만나 결의를 다지듯 서로가 서로에게 연리근이 되고, 연리목, 연리지가 되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