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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악의 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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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악의 축은 누구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3/19 09:04 수정 2019.03.19 09:04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북미 핵협상이 결렬됐다. 3월 15일 북한 외무부 부상 최현희는 핵협상이 깨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당분간은 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봉쇄가 지속된다면 ‘핵무력 완성’의 기치를 다시 걸지 모른다. 북한은 2000년대 이후 미국이 자행한 침공의 역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2000년대 초반으로 돌려보자.

악의 축! 이 표현은 9.11 테러 이후 미국 대통령 부시 2세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지명하며 한 말이다. 미국은 자국의 세계적 헤게모니 유지에 반하는 국가나 미국이 지지하지 않는 통치자가 집권하는 국가를 악의 축이라 지칭했다. 악의 축 리스트는 위 세 나라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비아, 예멘, 베네수엘라….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나 과연 누가 악의 축인가?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이라크에는 대량살상 무기가 없었다. 부시와 미 국방부는 사담 후세인이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거부하자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다. 미국의 침공이 지속되면서 이라크에서는 서구 문명에 반대하는 ‘이슬람 국가’(IS)라는 변종 테러리스트 집단이 생겨났다. 더불어 이라크 사회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산들은 파괴됐다.

어디 부시만 그렇게 했는가? 오바마 집권기는 미국의 군사적 폭력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쟁지역을 확대했다. 그뿐이 아니다. 리비아에서는 나토군을 동원해 카다피를 제거했다. 카다피가 구상하던 ‘방코르 아프리카’ 즉 아프리카 단일시장과 아프리카 단일화폐 구상이 미국과 나토의 이해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는 시리아에서도 전쟁을 유발했다. 시리아의 아사드가 친러 정권이고 독재자이긴 하지만 시리아는 어엿한 주권국가였다. 미국은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내전을 유발했으며 나토군을 동원해 폭격을 계속했다. 시리아 반군이 아무런 힘도 없고 패배할 시점에 미국은 이라크에서 자라난 극단적인 테러세력 ‘이슬람 국가’에 무기를 제공해 아사드정권 파괴를 기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테러리스트를 지원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는 이슬람 국가와 싸우는 척하며 시리아에서는 이슬람 국가에 무기를 지원해 아사드 정권과 맞섰다. 시리아에서는 100만명 이상 난민이 발생했고, 이 중 상당수는 ‘죽음을 무릅쓰고’ 유럽으로 탈출했다. 2010년 이후 유럽에서의 난민ㆍ불법 이민 급증과 이슬람주의에 반대하는 인종주의ㆍ극우세력 팽창은 미국과 나토의 시리아 침공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이 평화상 수상자는 아랍과 아프리카를 피로 물들이고 유럽을 난민의 바다로 만들었다. 2016년 오바마의 미국은 총 2만6천171개, 일일 평균 폭탄 71.7개를 투하했다. 오바마는 전쟁광으로서 대내ㆍ외에 명성을 날렸다. 오늘날 노벨평화상은 이렇게 ‘전쟁광’에게 수여하는 괴이한 상으로 변질했다. 오바마가 노벨평화상을 탈 수 있다면 어떤 전쟁광도 그렇게 하지 못하겠는가?

21세기 미국은 단일 슈퍼파워로서 미국 이익에 반하는 정권들을 유린해 왔다. 현재는 베네수엘라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란과는 핵협상을 중단하고 다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며 예멘 폭격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 북한과 평화협상도 그렇게 전망이 밝지 않다. 북한은 협상카드가 바닥난 상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만이 북한의 안전보장 수단이다. 우리는 이런 세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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