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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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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 4개동에서 2주에 걸쳐 진행한 양산시장과의 주민 간담회에서 김일권 시장이 빠짐없이 한 말이 있다. “여러분, 버스 좀 타 주이소”
1년에 한 번 있는 이 간담회는 지역 주민이 평소 느꼈던 불편사항을 시장에게 직접 호소하는 자리다. 큰 SOC 사업부터 내 집 앞 보도블록 교체까지 다양한 건의사항이 쏟아진다.
그런데 간담회 때마다 지역 불문하고 나오는 단골 민원이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내버스 노선 증설, 마을버스 막차 시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민원이 나올 때마다 김 시장은 작정한 듯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설 명절에 서부양산과 동부양산을 오가는 52, 56, 57번 시내버스를 다 탔어요. 그런데 서부에서 동부로 올 때 이용객이 9명, 동부에서 서부로 갈 때는 고작 3명뿐이었어요. 한 해에 이 세 개 노선에 들어가는 적자노선 지원금이 자그마치 6억5천만원입니다. 모두 다 여러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실제 양산지역 한 해 시내버스 비수익노선 재정지원금은 51억원이다. 양산시내를 오가는 42개 노선 가운데 38개 노선(148대)이 적자다. 여기에 오지노선 마을버스와 KTX 리무진버스 적자 지원금까지 합하면 54억원이 넘는다.
올해 큰 적자가 예상되는 버스 노선을 하나 더 증설한다. 동부양산에서 KTX울산역까지 가는 시내버스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면서 민원인 노선을 드디어 신설한다. 상당수 주민이 반기고 있지만 김 시장은 예산이 걱정이다.
“버스 4대로 일일 16회 운영 계획인데, 적자노선 지원금을 많게는 6억원까지 예상하고 있어요. 여러분, 이 버스 신설하면 KTX 타러 갈 때 이용해 주실 겁니까? 노선 만들어 놓고 하루에 100명도 이용 안 하면 적자 예산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버스 좀 타 주이소”
수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마이카 시대였다. 차 없는 집이 없고, 2~3대 있는 집도 수두룩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언제든,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교통에 대한 욕구는 크다. 정작 내가 이용하지 않더라도 대중교통이 편리해야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집 값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평소 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어쩌다 한 번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그렇게 불편할 수 없다. 가까운 길을 두고 빙빙 둘러가질 않나, 5분에 한 번씩 정류장마다 세우질 않나, 제일 불편한 건 내가 타려는 시간에 딱 맞춰 버스가 도착하지 않는다. 버스를 내 차 만큼 편하게 다니길 원하면 모든 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면 구태여 자가용을 이용하겠느냐는 지적도 일면 타당하다. ‘양산고에 다니는 아이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면, 막차 시간이 오후 8시 10분인 52번 버스를 타고 올 수가 없다’는 한 학부모의 하소연만 봐도 분명 촘촘한 교통망 구축을 위해 양산시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
확실한 건 노선 신설 요구를 했으면 반드시 그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한 번 탈까 말까 한 노선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살을 갉아 먹는 거나 다름없다. 피 같은 우리 세금이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본 기자도 웅상에 사는 5년 동안 단 한 번도 52, 56, 57번 버스를 이용한 적이 없다. 이번 주는 출ㆍ퇴근을 버스로 해볼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