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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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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세상을 향해서는 치열하게, 사람을 향해서는 따뜻하게 살았던 동료 간사가 어린 아들과 사랑하는 남편을 남겨두고 간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추모예배 시간에 남편이 함께했다. 그는 “나는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슬펐는데 생각해보니 세상이 그녀를 잃은 것이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 이유를 YMCA 정간사가 되기 위해 썼던 그녀의 간사 논문에서 찾아 들려주었다.
간사들이 지향하고 있는 정체성으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진 것은 ‘예언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예수 제자로서의 평신도 사제’였다. 설문조사 및 인터뷰 모두에서 예수정신으로 간사들이 무장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때로는 평신도 사제로서의 역할을 통하여 때로는 생명평화 가치로 지역사회 및 한국 사회를 변혁하는 전업활동가의 역할을 통하여, 또 때로는 회원들을 조직하고 훈련시키는 운동조직가의 역할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와 함께 전문성과 자기 삶의 일치적 실천을 통하여 간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성실성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송수경, “한국YMCA 간사 정체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identity of Korean YMCA Staff <청소년보호지도연구> 20, 2014, 07, 55-71.
사회를 생명평화의 가치로 변혁하는 이 유쾌하고 능동적인 혁명가가 살았던 삶을, 그래서 늘 미소가 아름다웠던 일상의 혁명가였던 그녀의 삶을, 가장 가까운 증인인 남편의 입을 통해 들으며 다시 나를, 우리를 되돌아본다.
작은 NGO, 적은 월급, 넘치는 일의 무게감으로 동료들이 떠나갈 때 “가치로 일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A부터 Z까지 업무를 매뉴얼화해서 누가 와도 일할 수 있게 해 사람이 떠나가는 것으로 상처받지 말자”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청년활동가들을 위한 교육에 ‘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어렸을 적에” 같이 오~올드한 감성이 아닐까 스스로 주눅 들곤 했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함께 성장하고 훈련하는 운동조직가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쯤 떠난 송수경 간사가 우리 안에서 말을 걸어왔다.
다시 4월이 온다. 아프게 아름다운 세월호의 아이들이 오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온다. 죽을 수도 있는 유약한 신은 다시 실천을 통한 연대의 고리로 부활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떠난 이들은 우리 기억을 통해,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걸어가는 가치의 연대 속에서 매일매일 되살아난다. 그들이 떠난 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잘 지켜졌을까? 함께 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잘 지켜졌을까?
YMCA는 4월의 약속을 했다. 죽음으로 내모는 입시의 공포와 친구를 밟고 이겨야 한다고 경쟁으로 내모는 어른들 회유에서,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학교 밖을 쳐다볼 기회를 앗아가는 기성세대의 잣대를 과감히 벗어나라고 정직하게 이야기하겠다고 고백했다. 결과 중심 패러다임, 한 줄로 줄 세우는 경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의 패러다임,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소중하고 귀한 생명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일에 말이 아닌 실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소년들과 평화감수성을 이야기하고 생명평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생명평화의 가치로 일상을 변혁해 나갈 때, 약속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 죽어간 이들과 함께 부활하는 4월이 온다. 다시 4월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