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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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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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
ⓒ 양산시민신문 |
봄꽃 축제의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니 나들이로 분주한 계절이다. 불타는 영산홍만큼이나 화려하게 꽃물이 들어 봄의 주술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 청소부 김 씨 또한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에서처럼 봄꽃의 주술에 걸려들었다. 아무려면 어떨까 봄이 주는 메시지가 청소부 김 씨에게, 그리고 눈앞이 캄캄한 어둠의 사람들에게도 봄을 빌려 희망을 주는 봄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여린 싹으로라도 틔울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것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