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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어느 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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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 줄의 노트] 어느 봄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4/02 10:23 수정 2019.04.02 10:23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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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봄날의 꽃들은 색깔이 화려하다. 맛있는 열매를 맺기 위해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몸부림의 색이라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대표적인 봄꽃들이 그렇다. 노랗고 빨갛게. 특히 복숭아나무의 꽃잎을 보면 흰색과 분홍색 사이에서 눈부신 빛깔을 뿜어내는 화사함, 꽃잎 진 후 열매를 맺어 여름날 잘 익은 복숭아의 달달한 맛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화려한 꽃잎일수록 열매도 맛있다.

봄꽃 축제의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니 나들이로 분주한 계절이다. 불타는 영산홍만큼이나 화려하게 꽃물이 들어 봄의 주술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 청소부 김 씨 또한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에서처럼 봄꽃의 주술에 걸려들었다. 아무려면 어떨까 봄이 주는 메시지가 청소부 김 씨에게, 그리고 눈앞이 캄캄한 어둠의 사람들에게도 봄을 빌려 희망을 주는 봄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여린 싹으로라도 틔울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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