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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웅 아는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
ⓒ 양산시민신문 |
남자는 보행신호 녹색등이 점멸(반짝반짝)할 때 차량을 살짝 건널목 앞까지 진행했다가 적색등으로 바뀌자마자 출발했는데, 그 직전에 달려와 횡단보도에 들어섰던 중학생 한 명이 차량에 받힌 것입니다. 사고를 수습한 뒤 만난 중학생 부모는 대뜸 중과실인 횡단보도 사고라며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닦달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적어도 한두 번은 이런 경우를 마주하고, 운 좋게 사람이 다치지 않았더라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벌어지기만 하면 ‘12대 중과실 사고’라 기껏 들어놓은 자동차 종합보험에도 별도리 없이 형사처벌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 운전자로서는 사고로 횡단보도 위에 선 순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모두 다 횡단보도 사고인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 ‘12대 중과실 사고’인 횡단보도 사고가 되나요?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지날 때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서 보행자를 보호해야 하고(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이 의무를 어겨서 보행자가 다쳤다면 자동차종합보험에 들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공소 제기 즉, 형사처벌이 가능해집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4조)
그런데 보행신호 녹색등이 점멸(반짝반짝)하는 경우에 이는 보행자는 횡단을 시작해서는 안 되고, 횡단하고 있는 보행자는 신속하게 횡단을 완료하거나 그 횡단을 중지하고 보도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보행자가 이를 어기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해 다 건너기 전에 보행신호가 적색등으로 바뀐 뒤 사고가 났다면, 이때 피해자는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횡단보도를 통행 중인 보행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 입장입니다.(대법원 2001도2939 판결)
그리고 그보다 더한, 보행신호가 적색등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사람 역시 횡단보도를 통행 중인 보행자로 보지 않고, 따라서 이런 사람을 치었더라도 (신호위반ㆍ과속 등) 다른 위법사항이 없다면 자동차종합보험만으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보행자가 아니라 ‘차(車)’로 보기 때문에(도로교통법 제2조), 그 사람을 치었더라도 횡단보도 사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전거를 끌고 가거나 멈춘 상태에서 한 발을 길 위에 딛고 서있는 경우라면 보행자에 포함됩니다.
합의금을 이미 준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형사처벌을 피하려 합의금을 준 경우(형사합의금), 그 명목을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금)라고 특별히 정해두지 않은 한 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의 배상금이 먼저 지급된 것이라고 봅니다(대법원 2000다46894 판결).
형사처벌을 면했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는 여전히 남고(이때 과실비율이 문제 됩니다), 그렇게 정해진 손해배상액에서 미리 건넨 합의금액 공제가 가능합니다. 또 자동차종합보험 약관에 따라 그 합의금액 만큼을 보험금으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