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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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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자동차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르노삼성차 산출 감소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상황도 매우 좋지 않다. 르노 본사는 노조 파업을 빌미로 부산공장의 신규 모델 배제, 로그 생산량 감소라는 처분을 내렸다. 언론들은 르노삼성차 경영 상태는 더 악화할 것이라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언론도 왜 노동자들이 이렇게 파업하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금속지부 입장을 들어보면 노동자들 파업투쟁은 결코 ‘귀족노조’의 이기적인 행동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르노삼성차는 2012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5천746명이던 노동자를 4천126명으로 줄였다. 2012~2013년 산출감소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이후 르노삼성차 산출은 매우 크게 증가했다. 2017년까지 매출액상승률은 매우 높았다. 2013년 1인당 매출액이 6억8천만원에서 2016년 14억8천만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르노삼성차측은 신규 인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노동강도는 매우 높아졌다.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렵고, 병가를 쓰거나 출산휴가를 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여타 이유로 결원이 생길 경우 임시직 채용으로 대체했다. 노동강도가 너무 높아 임시로 들어온 직원들조차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도 많았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가를 내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신규 고용을 하지 않고 있다.
신규 고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르노삼성차는 하나의 플랫폼에 7개 차종을 동시 생산한다. 생산 규모가 적은 상황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공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이를 혼류생산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수요 변화에 따라 잦은 과업 변경이 발생한다. 전환배치가 매우 자주 이뤄지는 것이다. 르노삼성측은 전환배치를 하는 과정에서 친회사측 종업원들에게 유리한 조치를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수시로 불리한 처사를 내렸다.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사용자측이 자행하는 대표적인 부당행위다.
르노 본사는 전환배치가 사용자측 고유권한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들은 최소한의 물량 배정, 신규 자동차 배정 지연을 통해 노조를 압박한다. 르노에게 부산공장은 글로벌 생산공장 중 하나다. 여차하면 그들은 떠날 채비가 돼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노조의 양보를 원한다. 초국적 자본이 현지 생산공장에 대해 일삼는 대표적인 ‘갑질’이다. 그러나 르노가 부산을 쉽게 떠날 수 있을까?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자동차 전체 공장에서 생산성 3위, 세계 자동차 공장 148개 비교에서 생산성 8위에 랭크됐다. 르노 본사는 부산공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는 행여 르노삼성차가 떠나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협력업체들은 자금이 돌지 않아 발을 굴린다. 르노삼성차 노조 조합원, 가족들 모두 두려움이 있다. 심지어 르노삼성차 경영자들도 노조에 호소하는 형국이다. 그들도 본사 입장 전환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노 본사의 강압적인 태도가 유지되는 한 타협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해외 직접투자에 나서는 초국적 자본의 노조 길들이기다. 르노 본사는 그 전형을 보여준다. 필자는 신규 인원을 증원하는 조건으로 전환배치에 대한 노조측 요구를 포기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그러나 이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다. 노조에는 뾰족한 협상카드가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