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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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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집] “선생님은 이상한 게 아니라 여러분과 조금 다를 뿐입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9/04/23 09:31 수정 2019.04.23 09:31
조정란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1살 때 고열 후 지체장애 1급 판정
전동휠체어 타고 초등학생 대상 교육
일상생활 불편을 촬영한 영상으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한’ 강의 ‘눈길’

“물리적 주변 환경 장애물을 해결하면
장애인 스스로도 장애 못 느껴요”

ⓒ 양산시민신문

지난 18일 신기초등학교 3학년 교실. 전동휠체어를 탄 조정란(52) 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아이들 모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조 씨는 “선생님이 여러분과 조금 다르죠?”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조 씨는 ‘석이의 하루’라는 영상을 통해 장애를 가진 친구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체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고 있는 석이는 모처럼 놀이동산에 가기 위해 도우미 누나랑 함께 집을 나섰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는 2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집 앞 버스정류장에는 저상버스가 서지 않는 데다, 지하철 환승역에는 승강기는 물론 경사로조차 없어 난감한 상황. 심지어 화장실조차 가기 힘들어지자 결국 석이는 외출을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 양산시민신문

조 씨는 “석이가 놀이동산을 가지 못한 이유가 몸이 불편하기 때문일까요?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불편함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체장애 1급인 조 씨는 강사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강사로 나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한 강의’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교육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실감 나는 강의는 일반 강사나 온라인ㆍ방송 강의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조 씨는 자신이 직접 모델이 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촬영한 영상을 강의시간에 활용한다. 대중교통수단은 물론 음식점, 마트, 도서관 등에서의 불편함을 장애인 당사자 시선으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조 씨는 “장애인들은 마트에 가면 진열대가 높아 물건을 사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매번 점원들이 도와줘야 할까요? 외국 사례처럼 스위치를 누르면 높낮이가 달라지는 회전 진열대를 설치한다면 장애인뿐 아니라 키 작은 아이와 몸이 불편한 어르신 모두가 편하겠죠”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장애는 아프기만 한 것도,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물리적 장애물’을 해결하면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같은 사회노약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 환경을 바꾸자’는 생각에 공감하는 것, 그것이 장애인식개선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 씨는 1살 때 고열로 심하게 앓고 난 뒤 장애가 왔다. 다리는 물론 손도 불편해 혼자서는 음료수 병뚜껑조차 열지 못한다. 당시에는 특수학급 등 장애아동 교육권을 보장해 주는 환경도 아닌 데다, 가난까지 더해 공부는 포기한 채 살아왔다.

그러다 40살이 돼서야 검정고시를 통해 초ㆍ중ㆍ고를 패스하고, 재활복지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직장생활은 엄두를 못 냈고, 주로 장애인작업장이나 재택근무 형태로 일해 왔다.

조 씨는 “그래서 강사 일이 제 인생을 바꿔 놓은 것 같아요. 당당히 밖으로 나와 내 장애를 민낯처럼 드러내 놓고 얘기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기분이 들어요. 많은 장애인이 사회 앞으로 당당히 나와 자신만의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한 신기초는 “우리 학교 특수학급에는 중증 장애아동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일단 나와 다른 건 정확히 파악해요. 하지만 어른들처럼 세련되게 표현하지 않고, 대놓고 표현하죠. 감수성이 예민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그걸 다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운 거죠.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장애라는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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