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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경제위기와 노동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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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경제위기와 노동자운동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4/30 09:22 수정 2019.04.30 09:22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2019년 1/4분기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침체와 내수부진이 원인이다. 한국 제조업은 2015년 처음으로 매출액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외환위기도 없었고, 금융위기도 아닌 시점에 매출액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한국 경제성장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990년 이후 세계 제조업 장기침체 국면에서도 한국 제조업은 눈부신 성장을 했다. 이런 장기성장 속에서도 진보진영은 늘 경제위기 담론을 퍼뜨렸다. 특정한 국면의 경제정세 아래서 성장 침체는 있었지만, 한국 제조업은 늘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노동생산성 상승률, 총요소생산성 상승률이 가장 빠른 국가였다.

노동조합운동은 사업장에서 임금인상 투쟁에 집중해 왔다. 생산성이 상승하고, 산출이 증가하니 임금을 인상하는 것도 당연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기업은 성장하고 임금은 당연히 오르는 것으로 학습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쟁력 약화로 퇴출당하는 기업이 존재했지만, 서유럽과 미국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 이뤄졌던 광범위한 탈산업화와 제조업 몰락은 한국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제조업 도시가 몰락한 미국 디트로이트의 풍경도, 영화 ‘나, 다니엘 브레이크’의 주인공 같은 이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그것은 산업이 몰락한 국가들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항구적인 구조조정으로 진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위기는 딱히 한국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세계자본주의 정체와 경쟁압력의 심화, 기업 수익성 하락이 결합해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의 한계 속에서 새로운 경쟁자, 진입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한국 수출주도 산업 가운데 전자업종만 제외하고 자동차ㆍ조선ㆍ석유화학ㆍ기계ㆍ철강금속 업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본격적으로 ‘탈산업화’와 ‘제조업 공동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제 노동자운동은 실질임금 상승과 노동자 내부 임금 격차 해소라는 힘겨운 과제만이 아니라 산업 위기와 기업 위기 속에서 어떤 대응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심각하게 질문해봐야 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임금인상 도구이자 민원 해결 도구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민주노총 사업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임금은 오르는 것이고, 노동조합 지도부 역량은 얼마나 많이 임금을 올리느냐에 따라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 금속노조는 이제 조합원 고용조건 개선이라는 단기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금속산별, 산하 업종별로 산업현실을 분석하고 이에 맞선 산업정책과 노동조합의 계급적 요구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공공 부분이나 서비스 분야 노동조합은 세계시장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압력이 높지 않다. 제조업 산출물들은 교역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세계 경쟁에 노출돼 있고 저비용 경쟁자들이 언제든지 한국 기업들의 시장을 빼앗을 수 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산업 붕괴로 귀결된다.

노동조합의 과제는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노동자계급 내부 연대를 새롭게 구축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조 스스로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실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 능력을 함양해야만 제조업 위기, 기업 위기에 직면해 노동자계급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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