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비 새고, 물 새고, 곰팡이 피는 곳에서 생활하다가 죽어가는 노인들이 있다’며 ‘제발 살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어르신들은 덕계동 천불사 안에 있는 ‘부모은중선원’에서 살고 있다. 천불사가 운영하는 일종의 실버타운으로, 1989년 설립한 건물이다. 이들은 각자 평수에 따라 3~8천만원을 내고 입주해 길게는 20년을 넘게 살아왔다.
입주 당시에는 천불사를 창건한 도봉 스님이 실버타운을 관리했다. 대부분 어르신은 여생을 이곳에서 마치고 천불사 내 봉안당에 안치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입주했다. 처음에는 도봉 스님의 봉양으로 그야말로 실버타운으로의 기능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13년 갑작스러운 화재로 도봉 스님이 사망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엄동설한에 보일러가 고장 나는가 하면 물과 전기가 끊기고, 한 달이 넘게 배식도 안 돼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또 천장에서 비가 새고 곰팡이가 피는 등 입주 어르신에 대한 돌봄은 물론 건물 관리까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6여년 동안 생활한 어르신들이 견디다 못해 ‘실버타운의 정상적인 운영’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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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상 운영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부모은중선원’ 실버타운을 비롯한 ‘극락원’ 봉안당을 둘러싼 재산권 분쟁 탓에 실제 실버타운 관리운영 주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재산권 분쟁은 과거 도봉 스님이 관리하고 있을 때부터 발생했다. 당시 실버타운과 봉안당을 비롯한 천불사 내 불사 건립을 위해 빚을 지거나 투자를 받아 왔다. 그러다 부채를 갚지 못해 최대 채권자에게 사찰 소유권과 운영권이 넘어가게 됐고, 현재의 (주)천불사녹야원이 관리 주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천불사녹야원은 채권 회수가 목적으로, 사실상 실버타운을 정상 운영할 이유도 의지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실버타운은 일종의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집채)로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탓에 지자체의 관리ㆍ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실버타운 관리 주체를 천불사 현 주지인 지운 스님에게 넘겨 달라 호소하고 있지만, 사유 재산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관리권 이관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어르신들은 심각한 상황을 언론을 통해 알리고 싶다며 지난 24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거주자 대부분이 75~95세에 이르는 고령자며, 또 대부분 국가유공자나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수급자”라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실버타운 내에서 자살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덧붙여 “돈도 힘도 빽도 없는 노인들이 6년을 참고 견뎠다”며 “이제는 어디에다 대고 ‘살려 달라’ 외쳐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