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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노동소득분배율, 하락했는가?..
오피니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노동소득분배율, 하락했는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5/14 09:06 수정 2019.05.14 09:06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노동소득분배율을 둘러싸고 학자들 간 논쟁이 한창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 몫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진보적 경제학계에서는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의 몫이 감소하면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경제성장이 정체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박정수 서강대 교수가 계산방식을 달리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논쟁이 본격화했다.

그런데 과연 노동소득분배율은 낮아지고 있는가? 경제학에서는 노동생산성 상승률만큼 임금이 상승한다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일정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생산자물가지수를 활용해 계산하고, 임금상승률은 소비자물가를 활용한다. 박정수 교수는 동일한 물가 기준을 사용할 때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한 가지 쟁점은 ‘노동소득에 자영업자 소득을 포함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노동소득분배율에는 자영업자 소득은 자본소득으로 분류한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한 홍장표, 주상영 교수 등은 노동소득분배율 계산에서 자영업자 소득 일부를 노동소득에 포함한다. 자영업자도 노동자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자영업자 소득을 분해해서 노동자 평균임금에 준하는 몫은 노동소득에 포함하고, 나머지는 자본소득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계산한 노동소득분배율을 보정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노동자 임금(5인 이상 사업체)은 노동생산성 상승만큼 상승해 왔다. 박정수 교수처럼 노동생산성과 임금상승률 계산에 동일한 물가지수를 활용하거나 명목상승률로 비교하면 말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5인 미만 가구를 포함할 경우 노동의 몫 상승 폭은 매우 둔화한다. 자영업자 소득이 정체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보정 노동소득분배율이 노동생산성 상승률에 미달한다는 것은 이에 따른 추정 결과다.

진보파들은 노동생산성 상승률에 실질임금상승률이 미달함으로써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노동생산성 상승률만큼 상승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노동생산성 상승률만큼 실질임금이 상승했는가는 쟁점일 수 있다. 앞에서 썼듯이 물가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도 중요한 쟁점이다. 두 입장은 서로 다른 계산 방식을 활용해 모두 옳은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정수 교수 주장처럼 노동자 임금이 꾸준히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노동자 임금이 꾸준히 상승한 반면, 자영업자 소득이 상대적으로 정체한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상승률 정체로 인해 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문제의 기원은 진보파들이 노동소득분배율을 통해 불평등을 설명하는 데 있었다. 왜냐하면 집계적 수준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노동자 내부 격차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계적 수준이란 국민경제 전체 수준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상층 노동자들 몫은 급격히 증가하고 최하층 노동자들 임금이 정체해도 집계적 수준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상승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차 분배시장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올라가도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격차는 커진다. 이것은 임금 상승률의 지체 때문이 아니라 자영업자 소득에 비해 임금노동자들 소득이 더 빠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노동소득분배율은 노동자 내부 임금 격차, 중위소득 이하 노동자 임금상승률의 정체에 대한 뚜렷한 함의를 지니지 못한다. 노동자 내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범주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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