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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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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경남교육청, 시ㆍ군교육지원청 입구와 주변에는 학생인권조례 찬반을 주장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찬성측은 학생인권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되도록 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측은 학생인권 보장은 교권에 대한 위협이고 미숙한 청소년에게 교육정책에 대한 자유권, 평등권, 참여권 등과 집회의 자유까지 주면 특정 정치세력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요즘처럼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학생인권만 강조하면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과거보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청소년을 지도하는 것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공교육은 학력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자유분방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은 분노와 반항심이 커졌고, 불신과 불만이 누적돼온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원칙 없는 체벌로 사회문제가 됐던 교사들, 교사 권위를 앞세워 학생지도를 한 교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는 청소년도 많았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 방향성과 지향점에는 일정 부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동안 ‘학생인권에 밀린 벼랑 끝 교권’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점도 많다. 경남도의회에 계류 중인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척 관계에 있지 않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둘 다 ‘인권’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학생인권이 늘어날수록 교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학생은 학생인권을 특권처럼 앞세우면서 교사 협박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인권’이란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다. 학생인권이 먼저냐, 교권이 먼저냐를 논하기 전에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면서 존중하는 인권에 대한 기본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교육철학 문제가 인권 문제로 둔갑해버린 것이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휴대폰 소지 금지, 엄격한 복장과 두발 강조 등은 학교와 교사의 교육철학 문제이지, 인권 문제는 아니다. 학생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의 특색이 다르듯 학교 급별에 따라 제각각 교육철학도 달라야 한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설립 성격에 따라 지향하는 인재상이 각각이다. 학생과 학부모 중에는 면학 분위기 때문에 엄격한 교칙을 중시하는 학교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런 차이와 다양성을 무시하고 학생인권이라는 미명하에 획일적 자율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학생의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다면 진정한 인권의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권리와 의무는 상호보완적이고 상생의 관계다. 뉴욕에도 ‘학생의 권리와 의무 헌장’이 있다. 권리만큼 의무조항도 많다. ▶저속하고 부적절한 표현을 삼갈 의무 ▶교사와 교직원에게 예의 바르고 협조적인 자세로 행동할 의무 ▶타인의 인격을 존중할 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어기면 강력한 징계가 따른다. 자유와 권리를 넓은 범위로 허용하되, 이를 어기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초ㆍ중ㆍ고교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고 제재는 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생 스스로 권리를 누리고 싶으면 그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고, 우리 교육은 민주국가에 걸맞은 민주시민을 육성할 책무를 져야 한다. 청소년들이 부하뇌동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자신들 문제를 스스로 성찰하는 ‘성숙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청소년을 인간적으로 대접해 스스로 성숙할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에 외는 다름없다는 사실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야 한다. 민주시민을 기르는 학생인권조례가 무섭고 두렵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찾고 합의를 통해 더욱 성숙하고 만족스러운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