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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괜찮아, 나도 그래!..
오피니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괜찮아, 나도 그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5/28 09:02 수정 2019.05.28 09:02

 
↑↑ 노옥숙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
ⓒ 양산시민신문  
아이들이 개학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신학기 적응 기간도 지나고 담임선생님,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5월에는 소풍, 체육대회 등 행사도 많아 즐거운 웃음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이런 즈음 우리 센터에서는 ‘찾아가는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담실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다가 학교로 찾아가서 만나는 모습이 새롭기도 하고, 학급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상호작용하는 장면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1. 모둠별로 보드게임을 하는 중 규칙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A. 친구들이 싫다고 하고 상담자가 게임 중 규칙을 바꿀 수가 없음을 환기한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A는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 집에서는 나한테 다 맞춰주는데 선생님은 왜 안 된다고 하죠? 기분 나빠서 하기 싫어요! ”

#2. 자신의 단점을 적으면 친구들이 다시 보기를 해서 적어주는 활동. 8명 모둠에서 6명이 자신의 단점을 ‘공부를 못한다’고 적었다. 친구들이 다시 보기를 해 준 것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괜찮아, 나도 그래”

#3. 쉬는 시간. B에게 아까 발표할 때 자신을 왜 쳐다봤냐는 C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B는 “네가 먼저 쳐다봤잖아, 짜증 나 정말” 더 큰 목소리로 받아친다. 둘은 상대방이 먼저 그랬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보드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건 에너지와 열정이 있다는 뜻입니다. 게임에는 승패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지키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보드게임을 활용한 집단상담의 제목을 센터에서는 ‘뭉쳐야 꿀잼’이라고 지었습니다. 기분 나빠서 하기 싫다던 A는 마지막 날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렸으며 ‘졌지만 재미있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칭찬을 받은 적이 없다고 아이들은 얘기합니다. 열심히 해서 95점을 받아 오니 ‘잘했으니까 다음에는 100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어른들 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기억할까요? 노력한 과정과 현재의 결실을 인정해주지 않고 ‘100점이 아니면 공부를 못하는 거다’라고 아이들이 인지하게 만듭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부정적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네가 먼저 잘하면 나도 생각해보겠다’는 태도로 응수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듭니다. 아이들이 먼저 그러는 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경험한 바를 내면화해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어른들 말과 행동을 먼저 따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고, 상대방은 나의 거울입니다. 아이들이 배웁니다. 어른들이 먼저 멈추고 진심을 전달하는 언행을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괜찮아, 나도 그래”라는 한 마디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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