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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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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 줄의 노트] 돌아가는 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5/28 09:06 수정 2019.05.28 09:06

돌아가는 길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란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어느 사찰이든 부처상은 많다. 그중에서도 인각사에서 본 유형문화재 석불좌상의 얼굴은 형체가 거의 없다. 부처에서 다시 돌로 돌아가는 중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사물을 보면서 관조의 힘을 키워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을 읽어 내리며 석불의 모양에서 눈과 코가 거의 뭉개져 버린 것을 보고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는 표현이 독자를 사로잡는, 예사롭지 않은 표현임을 강조해 본다. 그리고 관조하는 능력이 뛰어나 사실적인 표현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들이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것에서 존재의 허무와 함께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참 진리를 깨달음으로 얻게 하는 글이다. 인각사 뜰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하셨을 일연 스님 모습을 떠올려보며 무상함과 쓸쓸함이 전해짐을 느낀다.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인 만큼 큰 詩 한 편을 읽으며 지난번 다녀왔던 인각사 뜨락의 석불좌상을 떠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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