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말인가? 교과서도 없고 심지어 모든 교육의 시작이라는 독서교육을 하지 않는 학교라니…. 하지만 김영수 꽃피는 학교 대표교사의 말에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실제를 만나야 하는 시기죠. 책으로 사물과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은 10살이 넘으면 언제든 할 수 있어요.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진짜 몸으로 하는 공부를 해야죠”
![]() |
ⓒ 양산시민신문 |
지난 17일 오전 평산동 ‘꽃피는 학교’ 아이들이 학교 마루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루(통합)공부를 위해 모든 학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입하, 소만 등 5월의 절기를 배우더니 아이들이 이내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마당 곳곳에서 꽃, 나뭇잎, 씨앗 등을 주워 5월의 자연을 눈앞에 펼쳐 놨다. 아이들에게 5월은 활짝 피지 않는 꽃송이와 아직은 작은 떡잎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고,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논농사에다 밭농사까지 아이들이 직접 농부가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마다 산을 오르는 ‘아침 열기’도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곡물의 성장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진짜 절기 교육인 셈이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자연이고, 자연은 놀이터이고, 놀이터는 곧 배움터다.
![]() |
ⓒ 양산시민신문 |
자연을 배움터 삼아 성장하는 교육
조금은 별난 교육으로 가득 찬 ‘꽃피는 학교’는 제도교육 밖에 있는 대안학교다.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 과정까지 15년 과정을 갖춘 대안학교로, 평산동에 자리한 부산경남학사는 유치ㆍ초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수 대표교사는 “꽃피는 학교는 느리게 배우고, 천천히 실행하며,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며 “입 모양으로 글자를 먼저 배우고, 악보 없이 소리로 악기를 연주하고, 보이는 것이 아닌 생각한 것을 그려보는…, 다시 말해 본질을 찾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 |
ⓒ 양산시민신문 |
그래서 꽃피는 학교는 학부모의 교육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대학이나 괜찮은 직업을 목표로 교육을 하는 학부모의 눈에는 꽃피는 학교가 뭔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 홍라진(5학년)과 둘째 다민이(3학년)를 5년째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어머니 하영남 씨는 “꽃피는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을 알면서도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매일 저녁 아이들과 달을 보면서 달님 공부를 한다. 교과서에서 상현ㆍ하현ㆍ그믐달을 그림으로만 배웠지, 달 모양을 눈으로 직접 관찰해 본 적이 없다”며 “나는 그런 교육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우리 아이는 소박하고 건강한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꽃피는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역시 김겨레(졸업), 김벼리(3학년) 두 아이를 보낸 아버지 김동규 씨는 “무엇보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존중해 주는 교사와 교육방식에 ‘믿음’이 갔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들 생각과 생활 자체가 건강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적 없는 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깨끗이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 양산시민신문 |
꽃피는 학교는 아이의 입학과 동시에 가정이 입학한다. 우선 교육을 제외한 학교의 모든 행정은 학부모가 도맡는 체계다. 1가정 1부서를 원칙으로 홍보ㆍ재정ㆍ기획ㆍ시설 등을 담당하고 있어, 아이의 학교이자 부모의 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한 변화가 가족문화를 바꾼다. 학교의 연장이 가정이기에 미디어를 멀리하고, 외식을 자제하는 교육방식에 자연히 젖어 들게 된다.
![]() |
ⓒ 양산시민신문 |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 내 아이를 위해 선택한 학교였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움 터전을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확산돼, 2년 전부터는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한 공동체 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학부모들이 직접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카페 이음, 공방 이음 등을 창업해 지역사회와의 소통 창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왜 별난 교육을 하냐고요? 저도 행복하고 싶어서요. 아이들과 이 공간에서 함께 있으면 행복해요. 아이, 학부모, 교사도 행복해지는 교육을 어떻게 안 할 수 있겠어요” 김영수 대표교사의 마지막 말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기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