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상식처럼 통용되는 말이다. 분명히 잘못한 게 없어 보이는데 교통사고만 나면 모두 쌍방과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블랙박스 동영상들을 보면 가해자의 일방적 사고로 보이는데도 쌍방과실로 결론이 났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운전자 A(41, 덕계동) 씨도 최근 접촉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교차로에서 직진하는 자신의 차량을 좌회전하려던 트럭이 차량 앞부분을 받았던 사고였다. 생각하기에는 분명 100% 상대 차량 잘못으로 보였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는 A 씨에게도 30% 과실이 있다며 쌍방과실로 처리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이란 사고 발생 원인과 손해 발생에 대한 사고 당사자(가해자와 피해자) 간 책임 정도를 의미한다.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금과 향후 보험료 할증에 영향을 주고, 차량 블랙박스가 보편화함에 따라 해마다 과실비율 분쟁이 증가해왔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이 접수한 과실비율 관련 심의 건수는 2015년 4만3천483건에서 2017년 6만1천406건, 2018년 7만5천597건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심의가 증가한 이유는 보험사 쌍방과실 적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손해보험협회는 1976년부터 교통법규, 판례 등을 기초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다. 250개 사고유형별 과실비율 도표로 구성했고, 교통법규 개정 내용과 법원 판결추세 등을 반영해 모두 7번 개정했다.
문제는 개정 이후 100% 일방과실 적용 사례보다 쌍방과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보험료 할증을 통해 보험료 수입을 늘리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계속된 이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운전자들이 한 번쯤 의아해했을 교통사고 과실비율이 좀 더 명확해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 기준을 다시 한번 개정해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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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충분히 예측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한 100 대 0 일방과실 비율 적용을 확대했다. 지금까지의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는 차량 간 사고 가운데 일방과실(100:0) 적용 사고가 9개뿐인데, 앞으로는 33개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A 씨 사고처럼 직진차로에서 무리한 좌회전 시도, 근접거리에서 급추월ㆍ차로변경 시도 등 피해 운전자가 예측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해 가해차량의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을 신설했다. 지금까지는 이들 사고의 피해차량이 30%와 20%씩 책임을 떠안았다.
또 직선도로에서 점선 중앙선을 침범해 앞 차량을 추월하다 사고를 낸 경우에도 후속 차량에 대해 일방과실을 적용한다. 지금까지는 앞 차량은 20%, 추월 차량은 80% 과실을 인정했다.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에 직진하는 차량이 긴급 상황으로 적색 신호에 직진하는 구급차와 부딪힌 경우에는 구급차 과실비율은 40%로 정해진다.
이 밖에 자전거 전용도로나 회전교차로 등 교통환경 변화에 따른 과실비율 도표도 신설했다. 이들 사고의 경우 현재 명확한 기준이 없이 일반도로 자전거 추돌, 일반교차로 차량 추돌 등의 사고 기준을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또 최근 법원 판결과 <도로교통법> 등 법규 개정사항을 반영한 과실비율 도표도 신설ㆍ변경했다.
한편,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가 과실비율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손해보험협회(www. knia.or.kr)와 분쟁심의위(accident.knia. or.kr)에서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동영상과 함께 게시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과 ‘보험다모아’ 그리고 스마트폰 앱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