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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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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 성장률은 계속해서 감소했지만, 비교경제사 측면에서 보면 한국경제의 성과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IMF 이후에도 한국은 공격적인 유형자산투자로 생산 규모를 꾸준히 확대했으며 생산 공정 자동화 속도도 가장 빨랐다. 2000년대 이후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노동생산성 상승률, 총요소생산성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실질임금 상승률에서도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한국경제는 투자율은 높지만 혁신능력은 부족하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혁신능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여전히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 미달하지만 기술 진보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블룸버그통신 혁신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6년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두고 혁신능력이 부족한 국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다. 수출주도성장을 통해 빠르게 세계시장에서 위상을 높여왔던 한국경제는 선진국시장 붕괴와 신흥시장의 위기에 직면해 수출성장률이 급속하게 하락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침체 이후 경기 회복이 매우 느렸으며, 중국의 성장률도 대폭 낮아졌다. 주요 시장의 수입수요 감소는 한국 제조업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의 주력 업종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실에서 주요국 수입수요 감소는 곧바로 한국경제 산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조선산업은 선박 수요 침체와 해양플랜트 산업 위기로 붕괴 수준으로 산출이 감소했고, 자동차산업은 2015년 이후 최초로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산업, 조선업 등의 성장이 정체하고, 기계와 철강산업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요 수출산업이 동반 침체국면으로 진입했다. 한국 제조업은 2015년 최초로 음(마이너스)의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 제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제조업 산출과 고용 감소는 서비스업 수요를 낮췄으며, 이는 내수 위축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것이 현재의 위기 성격을 규정한다. 수출주도경제는 세계 수요가 정체하는 국면에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쟁력이 꾸준히 향상돼도 수요가 정체하는 국면에서 성장 지속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과 기술 격차는 크지 않지만 비용경쟁력이 매우 높은 국가들이 꾸준히 세계시장에서 점유를 확대하는 국면에서 한국경제가 현재 위상이나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한국 제조업은 세계 수요 정체와 후발주자들 추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며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인 정체와 후발주자들에게 현재 지위를 찬탈당할 것인가의 기로에 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