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이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이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아이쿠 아이쿠, 시원하시겄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누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가 그렇게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l 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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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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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뜨신 끈’으로 비유한 친구 아버지의 오줌발이 조용하게 끊겨 버린 쉬, 쉬이, 쉬! 우주가 참 조용했겠습니다. 몇 번이고 읽어 보면서 몇 년 전 대구에서 문인수 시인님을 만나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를 직접 말씀하셨던 그 모습도 떠올려 본다.
장례식장,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이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로 시작된 ‘쉬’라는 시는 지하철 안에서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뉘는 아들의 모습을 삽화로 넣어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
몸이 부른 행동, 몸짓이 만든 언어가 시를 쓰는 한 사람에게 예리하게 와 닿아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삶과 죽음을 동시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그 자리에서 회고담을 듣고 쓴 대표 시가 된 작품이다.
아버지 오줌발은 끊어지기 이전에 뜨신 끈으로 생명이었고 삶의 애착이었고 부자지간 연이었다. 끊어진다는 것은 단절이다.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는 끈이 된 아버지의 오줌발로 가슴 뭉클해지는 한 편의 시에 많은 여운을 남기고 깊은 의미를 담아보면서 시가 뭔지 나는 왜 시를 쓰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