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초 이전 문제는 어곡초와 닮았다. 어곡초는 환경문제로 이전한 전국 최초 사례다. 그만큼 환경문제로 학교를 이전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토초가 전국 두 번째 사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어곡초가 걸어온 길을 보면 분명 녹록지 않아 보인다.
과거 어곡초 이전을 두고 벌어졌던 책임론과 예산 전쟁에서 관계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정리해봤다.
학교 이전 누구 책임인가?
지난 2011년 9월 어곡초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공장 악취와 소음 등으로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10여년 동안 끈질기게 요구해 온 학교 이전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중앙투융자심사를 통해 최종 승인한 것이다.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 모두가 반겼다. 더욱이 환경문제로 학교 이전이 결정된 것은 전국 최초로, 틀에 박힌 규정과 싸워 이겼다는 성취감마저 들었다.
그로부터 1년 후,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교육부가 국비 지원은 안 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투융자심사 결과문서에는 ‘인근 사업자 및 지자체 주변 환경정비’ 조건으로 승인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것이 ‘학교 설립 이후 공장들이 들어서 환경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원인 제공자인 공장주와 공장 허가를 내준 지자체가 이전 예산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 교육부측 설명이었다.
이전이 결정됐다고 알려진 상황에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학부모와 관계기관, 정치권까지 나서 19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조달할 방법을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책임론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환경오염 원인 제공자인 공장주를 찾았다. 협의 끝에 현재 어곡초 건물과 부지 매입을 약속받았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다음은 허가권자인 지자체를 찾았다. 양산시는 ‘양산공단과 어곡산단 허가는 경남도 소관’이라고 통보해 왔다. 경남도는 ‘공장에 대한 세수는 양산시로 편입되니 지원 의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교 책임기관인 경남도교육청 역시 ‘자체 예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예산편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시 교육부를 찾았다. ‘교육기관의 신ㆍ증축은 본질적으로 교육사무’라는 법률을 근거로 예산 지원을 재요청했지만 또다시 거절당했다. ‘환경문제로 결정한 이전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게 되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전국의 수십, 수백 개 학교가 이설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기에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거센 요구와 학부모의 끊임없는 읍소에 교육부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설 승인 후 3년에 걸친 싸움 끝에 얻어낸 결과다. 이후 교육부는 시설공사비를, 경남도교육청은 부지매입비와 설계용역비를, 양산시는 학교 앞 도시계획도로 개설비를 각각 부담했다.
결국 2017년 9월 새 학교로 이전했지만, 관련 기관들이 예산 전쟁을 벌이는 6년 동안 1학년 학생들은 어느덧 졸업생이 돼 있었다.
소토초 학부모들은 “학교 인근에 공장지대가 만들어지도록 허가하고 승인한 양산시ㆍ경남도, 이를 수년간 방치한 교육청 역시 ‘아이들을 공단에 갇히게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어곡초와 같이 예산 떠넘기기나 책임 회피를 하지 말고, 이전 승인과 예산 확보에 세 기관이 똑같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