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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한국 제조업의 혁신성과 추격성..
오피니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한국 제조업의 혁신성과 추격성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7/09 09:46 수정 2019.07.09 09:46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국내 많은 연구자가 한국 제조업 기업 혁신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고 지적한다. 한국 산업생태계 정점에 있는 기업집단, 즉 재벌기업은 협력기업에 단가인하나 기술탈취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재벌기업은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기보다 단가인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성과를 탈취함으로써 기술 진보를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약탈적 생태계로 인해 한국 제조업 혁신능력은 정체하고 있으며, 미래 기술적 잠재력은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한국 제조업은 중국 등 후발 국가로부터 강한 추격 압박을 받는 반면, 한국보다 앞서 선진국 제조업과 격차는 확대됨으로써 장기 경쟁력은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은 전 세계 불황에도 고정자본투자, 연구개발투자, 신속한 생산의 글로벌화를 통해 빠른 성장을 구가했다. 한국 제조업은 고정자본투자에 의한 생산성 향상, 연구개발투자를 통한 기술력 향상 등으로 선진국 경제의 주요 경쟁자를 위협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과거에 한국은 해외 기업이 이룩한 기술 성과를 모방하면서 추격했지만, 2000년대 이후 추격 양태가 변하고 있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스마트폰 등 전자업종뿐만 아니라 자동차ㆍ철강ㆍ조선과 같은 전통 제조업에서조차 한국 기업은 주요 부분에서 선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기술추격자에서 기술선도자로 변모한 것이다. 한국 주력 대기업은 설비투자와 공정혁신을 통해 해외 기업보다 낮은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동시에 만족하며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한국 경제 혁신능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은 블룸버그 혁신지표 비교(BloombergInnova tion Index)에서도 잘 나타난다. 불름버그통신은 해마다 연구개발투자, 제조업 위상, 특허, 연구개발 인력 등 7개 지표를 중심으로 국가별 혁신역량을 평가한다. 한국은 블룸버그 혁신지표 국가별 순위에서 최근 5년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1인당 노동생산성 21위를 제외하면 모든 지표에서 4위 안에 든다. 총점에서도 89.28로 2위인 스웨덴 84.7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가 주요국 중 2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도 2위다. 제조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기술혁신 역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절대적 기준에서 1인당 생산성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그것은 산업화 역사가 크게 반영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가장 빠르게 주요 선진국 생산성을 추월하기 위해 움직이는 국가임이 틀림없다.

한국 제조업이 빠른 추격을 통해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연구개발능력, 숙련된 엔지니어의 축적, 효율적인 공정관리, 공급라인의 체계적인 관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인 상승작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와 그에 따른 협력기업에 대한 수탈, 기술탈취, 단가인하 등은 그런 다양한 요소 가운데 중요하게 작용한 요인이긴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우리 스스로 한국의 성과를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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