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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둘레길] 눈에 대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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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둘레길] 눈에 대한 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7/23 08:54 수정 2019.07.23 08:54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열매와 잎이 밤나무와 비슷한 나무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같은 참나뭇과로 가시는 없지만 까만 견과류 열매가 밤과 비슷한 나무가 있었다. 밤나무 대접을 해달라고 애원하는 이 나무에 인심 좋은 분은 말한다. 그래, 너도 밤나무라고 해. 그래서 ‘너도밤나무’가 됐다. 그 옆에 잎은 비슷하지만 붉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있었다. 밤나무가 유명해지자, 이 나무도 그 분에게 달려가 애원했다. 저도 밤나무라고 불러주면 안 되나요? 인심 좋은 분은 말했다. 좋아, 넌 ‘나도밤나무’다. 

‘참’과 ‘개’를 식물 이름에 붙이는 방법도 있다. 진짜와 가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기 위한 이름이다. 참외, 참새, 참나물, 참나무의 반대편에 개살구, 개복숭아, 개나리, 개미나리가 있다.

‘우리 음식의 언어’라는 책을 읽다 보니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게 된다. 과일의 대표인 사과는 본디 제사상에도 오르지 않고 제대로 된 이름도 없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속에 사과는 없다. 19세기 말에나 사과가 들어온 탓이다. 우리가 아는 ‘능금’이 야생이라면 사과는 과수용으로 개량된 것.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도 있는데 이때 뽕은 뭘까. 마약수사 뉴스를 자주 보았다면 당연히 히로뽕이나 코카인을 떠올린다. 뽕나무는 본래 잎을 키워 누에를 먹이는 것이 목적이지만, 여름 막바지에 빨갛던 열매가 자주색으로 변하면 맛있는 간식거리가 된다. 이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고 한다. 방언에서는 오돌개, 오동애, 올롱, 옷똘개라고도 한다. 이와 비슷한 것이 ‘복분자’다. 먹으면 정력에 좋아 오강단지가 뒤집어진다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상 오줌 줄기는 정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ㆍ가랑눈: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
ㆍ그믐치: 음력 그믐께 내리는 비나 눈
ㆍ눈꽃: 나뭇가지 따위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이나 서리
ㆍ눈안개: 눈이 내릴 때 마치 안개처럼 자욱하게 보이는 상태
ㆍ도둑눈: 밤새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
ㆍ만년눈: 아주 추운 지방이나 높은 산지에 언제나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

두런두런 구시렁구시렁

1) 예전에는 달을 보며 님 생각을 하거나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달이 막 떠오르는 무렵은 ‘달돋이’고, 그 반대로 달이 막 지려는 무렵은 ‘달넘이’가 됩니다. 초승달이나 그믐달 따위와 같이 갈고리 모양으로 몹시 이지러진 달은 ‘갈고리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초생달이 아니라 ‘초승달’이 맞습니다.

2) ‘조가비’라고 하면 감칠맛 나는 이름에 저절로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조개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조가비는 살아있는 조개가 아니라 ‘조개껍데기’입니다.

3) 강원도 음식에 ‘감자옹시미’와 ‘콧등치기’가 있는데, ‘옹시미’는 ‘새알심’의 강원도 방언입니다. ‘콧등치기’는 국숫발이 뻣뻣하여 후루룩거리며 먹으면 국숫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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