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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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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 줄의 노트] 감나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7/23 09:00 수정 2019.07.23 09:00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 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 보는 것이다​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이맘때쯤이면 감나무는 초록열매로 한창 몸을 불리고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떠올릴 수 있는 유년의 기억이 많은 나무다. 봄에서 겨울까지 잎이 나고 감꽃이 피고 그 감꽃으로 목걸이도 만들고 가끔은 입으로 넣어 달짝지근한 단물을 먹기까지도 했던 추억들, 작은 초록열매에서 주황으로 익어가며 홍시가 되고 까치밥으로 남겨 놓을 때까지 그 안에는 잊을 수 없는 유년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먼 곳에서 고향을 떠올려본다면 마음 한쪽에 그리움의 감나무 한 그루쯤 심어 놓고 가족과 또는 소꿉친구들과 함께했던 정다웠던 시간을 가슴 쓸쓸할 때마다 회상하며 위안을 삼을지도 모른다.

사립문이나 담장 너머 가지를 뻗은 감나무를 보기도 힘든 요즘. 감나무 아래서 부채질하며 고향의 어르신들이 정답게 주고받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던 그 풍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감꽃이 지고 까치밥마저 떨어지고 없듯 세월 따라 사람도 옛사람은 가고 없고 감나무마저 베어진 지 오래된 곳이 많다.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고향의 빈집, 그 옛날 풍경조차 찾기 힘든 지금은 그냥 바람으로 전하는 안부가 돼버린 마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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