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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말 많은 자사고 없애는 게 답인가?..
오피니언

[빛과 소금] 말 많은 자사고 없애는 게 답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7/30 08:52 수정 2019.07.30 08:52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요즘 자율형 사립학교(자사고) 문제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자사고를 유지하고 싶은 사립학교와 이를 폐지하고자 하는 교육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유형을 보면 예전 인문계라 불렀던 학교는 일반고로 분류하고, 실업계는 특성화고로 분류한다. 그리고 여기에 영재교육을 지향하는 영재고와 특목고, 자사고가 있다. 

‘영재고’는 수학, 과학 또는 예술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하는 고등학교 과정의 학교고, ‘특목고’라고 칭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설립한 고등학교로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등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자사고’는 사립학교 건학 이념에 따라 학교별로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과 학사 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하고,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 고등학교 종류가 왜 이리 많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반고 평준화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에 있다. 평준화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이 필요한 교육을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나 특기 등을 살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그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만 보면 이들 학교의 존립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크게 네 가지의 문제가 있다.

첫째, 영재교육을 지향하는 영재고와 특목고, 그리고 자사고는 성격이 서로 중첩한다. 모두가 특수한 분야에 인재를 발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했기 때문에 교육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다 해도 그렇게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하나로 통합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둘째, 학생이 부담해야 할 교육 부담이 너무 크다. 공립학교는 그나마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사립학교는 일반고에 비해 지출이 2~3배 정도로 높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부담할 수업료가 3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해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셋째, 이들 학교는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도 하고(2018년 우선선발제는 폐지됐다), 또 자율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학교가 소수일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여러 유형으로 그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일반고의 교육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영재학교들도 설립 취지와는 관계없이 입시전문학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모두 2천360개, 이 가운데 일반고는 1천556개, 특성화고는 491개, 특목고는 155개, 자율고는 158개다. 영재교육 학교가 300여개로 전체의 16% 정도를 차지하며, 중학교를 졸업하는 상위 그룹 학생들을 이들 영재학교가 싹쓸이하는 형국이다. 공부할만한 아이들은 이렇게 특목고나 자사고로 빠져버리다 보니 일반고 교육상황이 말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반고 재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언어ㆍ수리ㆍ외국어 등 3개 영역에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최하위 등급인 7~9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학교가 학생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교육 의지조차 상실한 상황이다.

일반고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인식이 돼 버렸고, 일반고의 황폐화된 교육현실은 학교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폐해가 가중되다 보니 문재인 정부 들어 일반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시작부터 힘겨운 싸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해 입시 위주 교육을 하면서도 우리는 자율적인 교육을 한다고 하는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는 폐지해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마땅하다. 굳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있어서 일반 공교육을 황폐해진 데 존립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신 일반 학교의 자율성을 좀 더 강화해서 자사고나 특목고가 애초에 하고자 했던 것을 일반고도 할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자사고 폐지 문제는 자사고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반고 교육을 정상화하고 더 개선해가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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