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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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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일 계속되는 언론 보도, 정치권 공방, 학부모 시위에 이어 이제 자사고 재학생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왔다. 문제는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에는 자사고 42곳이 있다. 전체 자사고 5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완벽한 정책은 존재할 수도 없지만,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과 찬성하는 입장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대측에서는 자사고 설립 취지나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한다. 찬성측에서는 교육의 지역 격차 심화 해소, 특정 지역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미 자사고 설립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됐고 오직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사고 진학을 위한 과도한 사교육을 방지할 수 있고, 어릴 때부터 협동이 아닌 경쟁문화를 배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전주 상산고, 인천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자사고 탈락을 접한 학부모들은 “이 땅의 학부모로서 초ㆍ중ㆍ고 12년간 겪은 교육정책은 늘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는 게 옳은가 잘못인가의 판단은 일단 제쳐두자.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면 교육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십분 동의한다. 하지만 자사고 재지정평가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교육 당국의 평가 기준 합리성과 객관성 행보는 못내 실망스럽고, 이 땅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정책의 불신을 낳기에도 충분하다.
대통령과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자사고 폐지의 정당성에 대해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또한,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도 생략됐다.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 자사고에 진학하려 했던 학생과 학부모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정 자사고를 향해 ‘귀족학교’, ‘의대 입시학원’이라는 비난을 퍼붓던 교육감, ‘재벌 자녀와 택시 운전사 자녀가 한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교육감은 어느 나라 교육감이며, 마치 다른 나라 교육정책을 비난하듯 하는 행위는 교육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교육정책은 미래 세대와 약속이자 신뢰 보호 원칙이 생명이다. 자사고 폐지 정책 비판을 잠시 비켜 가고자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준비 중인 학생들이나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온 부모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너무나 비겁하고 옹졸한 정책이자 처사다.
급진적 교육평등관에 기반을 둔 자사고 폐지는 사회시스템을 재정비해 그 속에서 평등을 추구하며, 이를 기반으로 교육 평등을 만들 수 있다는 관점이다. 급진적으로 단순히 자사고를 폐지하는 것보다 자사고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몇 개의 자사고 폐지에 목표를 둔다면 인재를 자원으로 여기는 이 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학생들은 자신 능력에 따라 지원할 뿐인데 왜 지금 와서 자사고 진학이 사회문제가 되는가? 정책에 따라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문제인가? 열심히 허리띠 졸라매고 자식 뒷바라지한 부모가 잘못인가? 문제가 있다면 점진적인 수정과 보완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면 된다. 폐지가 능사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 더 이상 이 나라 희망이요, 미래인 학생들의 꿈을 지워버리는 졸속 정책은 없어야 한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살아날 것이라는 탁상행정 논리는 더는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아니 그런 환상은 버려야 한다. 일반고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일반고를 스스로 긴장시키고 지원을 늘리고 교육과정을 차별화, 특성화,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고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모두가 공염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