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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진 양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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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상담자! 청소년동반자로서 청소년을 만나온지 10년을 넘어 15년이 눈앞이다. 1년에 180명 정도를 만났으니, 족히 2천여명의 청소년, 그것도 위기를 겪고 있는 친구들을 만난 셈이다.
그동안 만난 아이들이 일일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으시면 알 수는 없다. 간간이 풍문으로 들리는 소식을 접할 때도 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을 믿고 싶은 건 나뿐만 아니라 센터 모든 상담자의 마음일 것이다. 적어도 다시 수강명령 같은 법적 조치로, 특별교육 같은 징계로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건 위기에서 한 발 멀어졌다고 볼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대학을 갔다’더라 ‘취업을 했다’더라 같은 기쁜 소식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자주 묻는 질문으로 ‘그런 아이들이 변화하나요?’, ‘변화의 요인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간단하게 이해하고 싶어 하시니까. 그래서 학술적으로나 통계치로 드러내지는 못하겠지만, 양산에서 겪은 나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우리의 일을 살짝 보여드리고자 한다.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힘으로 발전하는지를 두 사례로 이야기하고 싶다.
웃는 모습이 예쁜 가영(가명)이는 이혼가정으로 아버지와 언니, 동생이 함께 생활한다. 가영이는 중2 때 선생님 추천으로 처음 만났다. 다른 경우와는 달리 학교에서 비행이나 또래 관계의 어려움, 교사와 갈등 등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용하고 학급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으며, 학교 성적이 나쁘다는 것을 빼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였다. 덥수룩한 머리로 눈을 가리고 잔뜩 웅크려서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며 상담자 반응에 말없이 웃기만 했다. 언니는 학업을 중단하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 가영이가 동생을 돌보고,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것에 투덜거리거나 원망하는 법이 없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부모 이혼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6학년 아이를 의뢰했다. 형을 만나다 보니 동생이 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호영(가명)이를 만나게 됐다. 5년 전 그 당시 이혼으로 엄마는 집을 나간 상태였고, 아빠는 심리적 어려움을 술에 의지하고 있어 두 형제는 거의 방치된 상황이었지만, 그냥 보기에는 말 없고 조용하고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아이였다.
가영이와 호영이의 공통점은 담임 교사의 관심이다. 지금은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이대로 그냥 둔다면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상담과 캠프, 다양한 문화활동 등을 통한 심리적 지지와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영이는 교사를 꿈꾸며 학교간부 역할과 봉사활동을 하며, 국립대 진학을 목표로 잡았다. 호영이는 나와 같은 상담사를 꿈꾸며 상담동아리 활동과 학교생활은 물론 학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때 드러난 문제가 없다고 지나쳤다면 어쩌면 꿈꿀 생각조차 못 하고 무기력하게 위축돼 자신의 가치를 찾아내지 못하는 청소년 나아가 성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고약한 생각을 떨쳐본다. 담임 교사의 작은 관심이 청소년안전망에 있는 청소년동반자로 연계됐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함으로써 이제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는 가영이와 호영이가 됐다. 작은 관심이 불러 온 큰 힘이 변화의 원동력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학교 또는 이웃에 또 다른 가영이나 호영이가 있다면 청소년동반자를 떠올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전화 372-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