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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도덕적 우월감의 초라한 민낯..
오피니언

[남종석 교수의 경제 산책] 도덕적 우월감의 초라한 민낯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8/27 10:58 수정 2019.08.27 10:58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양산시민신문  
조국 씨 청문회를 둘러싼 갈등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여당은 빨리 열자고 하고, 야당은 현 정국을 최대한 오래 끌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낮추려 한다. 조국 씨를 지지하는 이들은 청문회가 지명 후보자의 정책과 실행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하지, 도덕성 시비나 무분별한 폭로 과정이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청문회가 임용되는 직책에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나 없나를 검증하기보다 ‘도덕성 검증’ 무대가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청문회 문화를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청문회를 도덕성 검증과 온갖 추문을 들춰내는 과정으로 만든 이들은 다름 아니라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도덕적 우월감으로 타락한 정부 인사들을 까발렸던 진보 세력이다.

진보 세력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관료 후보에 대해 능력 검증을 했나 도덕적 검증을 했나? 청문회 때마다 이명박ㆍ박근혜와 연루된 지배집단의 도덕적 타락을 들춰내며 이들을 조소하고 도덕적 우월감으로 세상을 사는 이들이 바로 진보적 지식인ㆍ정치인ㆍ언론이었고, 이에 열광적으로 호응한 이들은 ‘깨어 있는 시민’(깨시민)들이었다. 지금 보수 신문은 그것을 진보 세력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이들 신문은 더 잔혹하게, 더 세밀하게, 더 치졸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이 이들 신문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내가 하면 정의고, 보수 신문이 하면 부당한가?

조국 씨 사태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 진보 세력(정치ㆍ지식인ㆍ사회운동)의 지난 20년간 역사를 성찰하는 계기를 준다. 한국 진보 세력은 언제나 자신을 저항 세력-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세력-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진보 세력은 이미 한국 사회 주류로 진입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인영으로 대표되는 전대협 지도부, 문성현으로 대표되는 금속노조 지도부, 김상조로 대표되는 참여연대ㆍ경실련ㆍ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운동 지도부가 민주당의 주된 수혈 집단이었다. 현재 이들은 한국 사회 주류가 됐고, 큰 동원력을 보여준다.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출신 조국 씨도 그런 부류의 일부다.

주류란 무엇인가? 주류가 됐다는 것은 진보 세력이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일부가 됐고,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에 완전히 동화된 집단이라는 의미다. 그럼 우리 사회 주류는 어떤 삶을 사는가?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은 폐쇄적인 학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요 전문직을 장악했고, 자녀들에게 우월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부동산 투기와 세금 재테크를 통한 불로소득 능수능란하게 추구한다. 이것이 주류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삶이다.

주류화된 삶이 진보 세력을 속일지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딱 하나다. 타락한 보수주의자들에게 조소를 보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진보 깨시민들 당신의 삶이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착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 진보 세력은 도덕적으로 딱히 우월하지도 않지만,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드는 일이다. 친일ㆍ반일, 애국ㆍ매국 기준을 내세우며 크게 소리친 조국 씨와 그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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