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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친구에게..
오피니언

[詩 한 줄의 노트] 친구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8/27 09:04 수정 2019.08.27 09:04

친구에게

                                          김재진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한 편의 시가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돼 읽힌다면 그 사람은 글을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성공한 것이라 하겠다.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한 삶에 대해 상처를 함께 아물게 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가슴에 꽃을 피우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예외의 글도 많지만, 가까운 사람을 먼저 보내고 가슴 아파하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친구에 관한 시 모음을 읽게 됐다.

어떤 위로가 적절할까 어떻게 해야만 더 큰 위안이 될까 함께 마음 아파하며 다독이는 날들이 많았던 시간이다.

마음이란 둥근 사기그릇처럼 윤이 나듯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가 어느 날 깨어지면 날을 세우는 도구로 변해 더 이상의 그릇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리면서 아픈 만큼 상처가 깊숙이 파고들게 마련이다. 그 자리에 다시 새 살을 돋우기까지는 깨끗한 영혼의 성숙이 있다.

그게 독서든 몇 편의 시가 되든 각자가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정한 울림이 무엇인지 알게 만든 시 한 편이 내게 큰마음을 남기게 한다.

시에서 읽어 보듯 화자의 심상이 최고이며, 따뜻한 세상이 될 수밖에 없는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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