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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 특성화고 설립을 추진하는 도교육청 담당자의 말이다. 아쉽다.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행정은 2016년부터 추진했다고 하지만, 13년차 교육담당 기자가 바라본 바로는 특성화고 설립은 10여년이 넘은 양산교육계 숙원이었다. 10여년을 넘게 기다려 첫삽을 뜨기 직전까지 왔지만 어쩐지 잘 만들어진다는 개운함이 없다. 그렇게 적당한 땅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제대로 된 운동장조차 없는 좁은 땅에 짓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경남에 특성화고는 모두 35곳이다. 양산지역과 인구수가 비슷한 진주는 5곳, 김해는 4곳이 있다. 18곳 시ㆍ군 가운데 하동, 통영 그리고 양산에 특성화고가 없다. 혹자는 ‘최소한’이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교육기관으로서, 35만 인구 규모의 양산에도 ‘최소한’ 특성화고 1곳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양산지역사회에서 요구하고 도교육청에서 응답하는 (좋은?) 그림으로 특성화고 설립이 본격화됐다. 애초 2019년 개교를 목표로 야심 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땅’이 끈질기게 발목을 잡았다. 도교육청은 기존 학교 용지와 양산시가 추천한 후보지 등 자그마치 11곳을 검토했다.
부산대 양산캠퍼스를 비롯해 서창ㆍ상북 등 다양한 위치를 놓고 검토했지만 입지 조건, 위치, 면적 등에 막혀 적합한 땅을 찾지 못한 채 2년여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장기간 방치된 동면신도시 금산초ㆍ금산고가 새로운 터로 등장했다. 학교 신설 계획이 없는 두 땅을 합쳐 특성화고를 짓자는 것이다.
하지만 또 민원에 부딪혔다. 가뜩이나 학교 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면신도시는 이후 일반 중ㆍ고교 설립을 위해 학교 용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일었다. 심지어 특성화고 무용론까지 다시 나왔다. 동면에 꼭 필요한 중학교는 짓지 않으면서, 굳이 동면일 필요 없는 특성화고를 고집한다는 서운한 심정을 강하게 표출한 셈이다.
결국, 도교육청은 차선책을 선택했다. 금산초 땅 1만㎡는 남겨두고 금산고 땅에 금산초 땅 2천㎡만 붙여 1만7천㎡로 설립하기로 했다. 남은 금산초 땅은 이후 중학교나 일반 고교 용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특성화고는 기숙사ㆍ실습동 등 일반 학교와 달리 부대시설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만7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운동장 면적을 줄여 기숙사를 짓고, 용적률을 높여 5층 이상으로 건물을 올린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동면 민원도 해결하고 충분한 공간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땅으로 양산시농수산물유통센터 옆 시장부지를 제안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검토에 적극적이지 않다. 지난 19일 열린 특성화고 설립 협의회에서 도교육청은 자체 검토 의견은 내놓지 않은 채,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지역 의원과 시청에 의견을 묻고는 기존 방안으로 성급히 결론 내렸다.
지지부진한 특성화고 설립에 대한 피로감은 시민보다 행정에서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지역사회 요청으로 시작한 사업이 번번이 민원에 부딪혀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검토한 방안으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의까지라도 한번 가봐야 한다는 행정적 판단 역시 존중한다.
하지만 양산지역 제1호 특성화고다. ‘흥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게 지어진 특성화고가 학생 지원 미달을 겪는다면 지역사회도 도교육청도 참담할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행정에서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지만, 그 결론에 학생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제대로 된 운동장 없이 건물만 빽빽이 있는 학교, 3년 동안 다니기 숨 막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