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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여행을 좋아하던, 후배의 오랜 여행길”..
오피니언

“여행을 좋아하던, 후배의 오랜 여행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09/03 09:11 수정 2019.09.03 09:11

 
↑↑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양산시민신문  
얼마 전 아끼고 존경했던 후배 사회사업가(복지사)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후배는 학생 때부터 복지를 더 잘하고 싶어 했고, 즐겁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필자가 존경하는 부분은 이 모든 노력이 자기다운 사회사업가가 되고자 함이었다.

후배가 졸업하고, 복지기관에 취직하게 됐을 때 필자에게 왔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분야는 아니었기에 조금은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필자는 후배에게 격려의 말로, 홀로 일어서는 사회사업 공부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 말해줬다. 그것은 필자의 경험이었다.

함께 사회사업을 하는 동료가 있고, 이를 이끌어주는 슈퍼바이저가 있는 복지기관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 그리고 복지기관을 이용하는 당사자분들과의 만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후배는 5년 동안 한 기관에서 정말 열심히 사회사업을 했었다. 서원에 올 때마다 동료들을 데려왔고, 동료와 사회사업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동료들을 아끼고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노력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주어지는 큰 상도 받았다.

후배가 했던 프로그램을 몇 개만 소개하면, 장애인들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보통의 삶을 꿈꾸면서 복지관 마당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물총 놀이, 지역의 롤러스케이트장을 빌려서 장애인들과 디스코 파티와 롤러장 놀이를 했다. 그리고 후배가 가장 아끼던 활동은 장애인들에게 글을 쓰게 하는 일인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이어지게 해 시를 쓴다든지, 책을 낸다든지, SNS 활동을 잘하게 돕는 일이었던 것 같다.

후배는 그런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위해 고급 사진기를 사서, 그 모습을 찍어서 당사자에게 전달했다. 그에게는 쉽지 않은 가격대의 사진기였지만, 몸이 불편해서 일반 사진기로는 초점을 잘 담을 수 없음을 많이 아쉬워했던 것 같다.

당사자들의 눈을 잘 담을 수 있어서 참 좋아했고 행복해했던 그 모습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저번 주에 복지관에서 추모식이 있어서 참석했다. 복지관 강당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은 함께 활동했던 동료와 이웃 동료, 그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많은 당사자였다. 동료들이 준비해준 추모식은 정말 품격 높았다.

그를 떠나보내는 것을 아쉬워하는 휠체어를 탄 그분들을 보면서 필자는 생각했다. 사회사업가는 사람을 향해 걸어가는 일을 하고, 그리고 말없이 그 길을 계속 걸어갈 뿐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기차여행을 좋아하던 후배는, 그가 그토록 살아생전 가고 싶어 하던 곳에서, 아직도 즐겁게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사회사업가 뒷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간 고(故) 류지호 사회사업가가 한없이 고맙고, 또 한없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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