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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의회는 지난달 ‘웅상체육공원 야구장 건립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주민청원을 받아들여 심의를 진행했다. 심의 결과 부결로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했지만, 양산시의회가 주민 청원을 채택한 첫 사례가 됐다.
양산시의회 주민청원제도는 <양산시의회 청원 심사규칙>을 근거로 지난 1991년부터 운영해 왔다. 다시 말해 양산지역 주민 누구나 양산시의회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원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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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의회가 지난달 '웅상체육공원 야구장 건립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주민청원을 받아들여, 양산시의회가 구성된 이례 첫 심의를 진행했다. |
ⓒ 양산시민신문 |
청원권 행사는 주민이 자신의 의견을 내고, 주민 권리나 이익이 침해될 때 구제방안을 원하고, 공무원의 비위 등이 있어 시정을 요구할 때 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 중이거나 국기기관 모독, 법령 위배 등의 문제가 있는 사안은 주민청원 대상이 아니다. 주민청원이 채택돼 심의를 통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제기된 청원은 본회의를 거쳐 공론화된다.
하지만 양산시의회 청원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제1대부터 현재 제7대 의회까지 청원은 모두 3건으로, 제6대 1건, 제7대 2건에 그쳤다. 여기서 채택된 청원은 1건이며, 이마저도 본회의에 정식 상정된 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이렇게 주민청원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절차상 번거로움과 홍보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양산시의회에 청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역 의원의 소개의견서를 받아야 한다. <양산시의회 청원 심사규칙>에 첨부된 서식에 따라 의원 소개서와 청원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반드시 서면 신청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은 안 된다.
더욱이 조례를 제정하는 것과 같이 무겁고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더라도,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청원 처리까지는 최소 4개월 이상이 걸린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시민들은 20일 이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진정민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박아무개(40, 물금읍) 씨는 “의회 주민청원제도의 경우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홍보가 잘 안 된 데다 절차도 까다로워 이용하기 쉽지 않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의견을 손쉽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감을 얻었을 때 즉각 대응까지 한다면 시정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다른 지자체에서는 주민청원 확대를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기도는 5만명 이상 인원이 청원에 참여하면 도가 공식 답변하는 방식의 도민청원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첫 5만명 이상 청원이 탄생해 답변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여수시는 인구 규모를 감안해 한 달 내 500명 이상만 동의해도 시장이 직접 답변한다.
경북 포항시는 시 홈페이지에 시민청원제 게시판을 만들어 1천명이 넘으면 10일 이내 답변하고, 쟁점 사안은 온라인 정책투표제도인 ‘P보팅’과 연계해 투표에 부치기도 하는 등 주민청원 활성화의 대표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양산시의회 첫 주민청원 채택을 결정한 정석자 기획행정위원장(민주, 동면ㆍ양주)은 “청원은 지역사회 전반을 바꾸는 문제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불편과 개인 고충을 들어주는 제도이기도 하다”며 “동시에 주민청원을 통해 주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하게 되면 행정의 신속한 대응과 갈등 해소, 다양한 여론 수렴 등 긍정적 효과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국민청원에 ‘양산 악취’와 ‘의료사고’에 대한 청원이 한창 진행 중으로, 양산시민은 여전히 주민청원보다는 국민청원에 목소리를 싣고 있다”며 “양산시의회 차원에서 주민청원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고심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