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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평생 그리워했다” 늦깎이 시인의 수줍은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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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평생 그리워했다” 늦깎이 시인의 수줍은 고백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9/10/08 10:39 수정 2019.10.08 10:39
박상원 두 번째 시집 ‘소나기, 숲을 흔들다’
문학 소년이었지만 평생 사업가의 길 걷다
50대 중반 늦깎이로 등단, 시집 두 권 출간

도서관서 ‘글쓰기 강좌’로 저변 확대 노력
“글쓰기, 내 생각과 일상을 정돈하는 훈련”

“평생 그리워하다 늦게 시작한 시, 이제는 詩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박상원(62, 하북면) 시인이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소나기, 숲을 흔들다(시와실천)’를 펴냈다. 담담하면서도 애잔한 서정을 4부 72편에 담아낸 작품이다.

박 시인은 “늦게 등단해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 시집 퇴고로 비로소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마치 빈 땅이 된 느낌이랄까? 새 경작지를 분양받은 기분으로 ‘거칠지만 소박하고 솔직한 시’를 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 양산시민신문


감수성 충만한 문학 소년, 사업가 되다

박 시인은 늦깎이 시인이다. 문학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속에 살며 ‘언제라도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삶은 녹녹지 않았고, 쉽게 펜을 쥐여 주지 않았다고.

그는 문학 소년이었다. 시와 고전 읽기를 좋아하고, 시인 이상을 동경하는 감수성 충만한 문학 소년이었다. 글짓기 대회 수상은 늘 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그를 국문과가 아닌 공대로 이끌었고, 사업가의 길을 걷게 했다.

“하지만 늘 내 곁에는 시가 있었다. 간간이 시를 쓰고, 시를 읽으며 청춘과 중년을 보냈다. 남들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시를 읊조리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다 50대 중반에 접어들어 경제적ㆍ심적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진짜 문학과 대면했다. 부산 사하문화원, 현대서정연구실 등에서 시 창작 교육을 받으며 문학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또 여러 중견 시인들에게 지도받고, 인내 섞인 독학을 통해 2014년 첫 시집 ‘한쪽 눈은 남겨두었네(세종출판사)’를 출간했다. 2년 후 집필문학을 통해 정식 등단하면서 비로소 ‘전업 시인’으로 몰두하게 됐다.

“순수서정에서 모더니즘으로 가는 과정”

“첫 작품은 순수서정시를 담았다면, 두 번째는 서정에서 모더니즘 시로 변태하는 과정의 작품이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감정을 절제하고 그림을 그리듯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포착해 내는 형식의 모더니즘 감각을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박상원 시인은 2014년 첫 시집 ‘한쪽 눈을 남겨두었네’를 발간한 후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소나기, 숲을 흔들다’를 펴냈다.
ⓒ 양산시민신문


이제는 어엿한 시인으로 활발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두 편의 시집 출간뿐만 아니라 ‘시현실’, ‘열린시학’ 등에 글을 투고하고, ‘시사모’ 등 동인지 활동도 열심이다. 또 양산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지역사회 문학 저변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교학상장’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한다

뿐만 아니다. 상북 우리동네작은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도 한다. ‘글을 만들다, 글을 만나다, 글을 만지다’는 뜻의 ‘글만’이라는 강좌를 통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우리 이웃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자란다. 글쓰기 강의를 통해 내가 또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나를 위해 강의를 하는 셈이다”

박 시인이 글쓰기를 권장하는 이유가 있다. 글이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식품도 먹고 등산도 하면서,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딱히 노력하지 않는다. 작은 용기 내어 글쓰기에 도전해 보자. 글은 내 생각과 일상을 정돈하는 훈련으로, 글쓰기를 통해 삶이 훨씬 진지해지고 윤택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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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북면에 터를 잡은 지 3년이 됐다. 두 번째 시집 곳곳에 하북 이야기가 많이 묻어 있다.

“텃밭 하나에서 시집 한 권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난 친환경 전원생활이 창작의 고통과 힘듦을 덜어주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하북에 중독됐다. 이제는 도시에서 산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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