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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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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최수환, 발달장애인 선수들 꿈의 무대에 도전해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9/10/15 10:19 수정 2019.10.15 10:19
‘2019 INAS 글로벌 게임 국가대표’ 발탁
호주에서 세계 정상 선수들과 경쟁 펼쳐

지적ㆍ자폐성 장애로 힘든 성장기 보내고
3년 전 탁구 시작, 각종 대회 상 휩쓸어
남다른 실력 보이며 엘리트 선수로 성장
어머니 “아들 꿈 꼭 지켜주고 싶어요”

ⓒ 양산시민신문

최수환 선수(18세, 양산희망학교)가 세계 발달장애인 전문 체육 선수들의 꿈의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9 INAS 글로벌 게임’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지난 11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났다.

양산시장애인복지관(관장 김정자)이 지난 10일 INAS 글로벌 게임에 출전하는 최수환 탁구 국가대표 선수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출정식에는 김일권 양산시장과 김경훈 양산시복지재단 본부장, 이재휘 양산시약사회장, 이정희 양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최 선수를 격려하고 선전을 기원했다.

INAS 글로벌 게임은 INAS(국제지적장애인경기연맹)가 4년 주기로 개최하는 세계 발달장애인 종합 선수권 대회다. 경기 결과는 선수의 세계 랭킹에 영향을 미치고, 일부 종목에는 2020 도쿄 패럴림픽 참가권도 걸려 있다.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발달장애 선수들이 참가해 치열한 메달 경쟁을 펼치는 대회다. 

올해는 12일부터 19일까지 8일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하며, 40개국 이상 1천여명의 발달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한다. 한국은 최 선수가 출전하는 탁구를 포함해 육상, 수영, 조정 등 4개 종목에 21명의 선수가 대회 종합 4위를 목표로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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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에서 실력 뽐내며 선수 길 걸어

최수환 선수는 지적장애 3급이다. 어릴 적 자폐성 장애도 있어 힘든 성장기를 보내야만 했다. 그런 최 선수에게 유일한 친구는 운동이었다. 뛰고 구르고 던지는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고. 탁구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3학년 시설, 공으로 하는 운동을 유난히 좋아했던 터라 탁구라는 종목이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 양산시장애인복지관 ‘꿈이룸 탁구동호회’에 들어가면서 그야말로 탁구에 푹 빠져 살았다.

어머니 한미숙 씨는 “처음에는 경기 방식과 지켜야 할 규칙 등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하지만 탁구 시합에서 한 번 패하기라도 하면 원인 분석에 전략 분석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인 저도 놀랐어요. 심지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연습을 하는데, ‘수환이와 탁구는 분명 운명이다’ 싶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선수의 그간 노력은 대회 결과가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난해 경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서 단식 금메달, 복식 은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이어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 하계대회에서도 단식ㆍ복식 모두 금메달로 2관왕을 차지했고, 진주시장배 전국장애인탁구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도 지역대회뿐 아니라 전국대회 금메달을 휩쓸었다. 대구스페셜올림픽코리아 영남지역대회 2관왕, 경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2관왕, 진주시장배 전국장애인탁구대회 개인 금메달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최고 실력을 증명했다.

한 씨는 “평범하지 못한 성장기와 사춘기를 보낸 수환이였기에 ‘탁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수환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사실 3살 터울 친동생 역시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녹록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선수생활을 지원해 줄 수 없어 꿈을 포기시켰죠. 부모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죠. 그래서 수환이만은 꼭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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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졸업 후 진로 여전히 불투명

아마추어 생활체육에서 전문 엘리트 체육으로 전환한 수환이는 현재 오순정 물금탁구교실 관장에게 전문 훈련을 받고 있다. 하루 6시간 넘게 탁구장에서 생활하며 탁구 선수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한 씨는 “수환이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데까지 도움을 준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요. 가장 먼저 수환이와 환상의 복식팀을 이루고 있는 한성우 선수의 어머니 이전숙 씨는 사실 수환이 은인이죠. 수환이의 운동 신경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수환이를 탁구선수의 길로 이끌어 준 정말 고마운 분이에요. 또 항상 힘이 돼 주시는 양산시장애인복지관 김정자 관장님과 장성만 과장님, 후원해 주시는 양산시약사회와 양산시장애인체육회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최 선수는 이제 겨우 18살이다. 앞으로 선수 생활에 있어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한 어른 나이임이 분명하다. 당장 졸업반인 최 선수가 선수로 뛸 수 있는 실업팀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찾기 힘들다. 수환이가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출정식이 있는 날, 아직은 인터뷰가 어색한 최 선수이지만 “이번 대회 제 목표는 16강 진출입니다. 그리고 탁구선수를 계속하고 싶어요”라고 탁구에 대한 의지만큼은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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