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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말 둘레길] 젖에 대한 말..
오피니언

[우리말 둘레길] 젖에 대한 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0/29 09:06 수정 2019.10.29 09:06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혈액암으로 고생하는 남승홍 시인이 카톡에 글을 올렸다. ‘관 속에 누웠을 때’라는 글이다. 중앙일보 백성호 차장이 쓴 글이라고 했다. 

관 속에 들어가 본 적 있으세요? 죽어서 들어가는 관 말입니다. 취재차 갔다가 관 안에 누워 본 적이 있습니다. 관 속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더군요. 기분이 참으로 묘했습니다.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마다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곁에 있던 그리스도상 아래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기도 하더군요. 저도 줄을 섰고, 곧 차례가 왔습니다. 신부님이 관 뚜껑을 열었습니다. 계단을 밟고 제단 위에 올랐습니다. 한 발 한 발 관 속에 넣었습니다. 위를 보고 눕자 뒤통수가 바닥에 닿았습니다. 잠시 후 관 뚜껑이 스르르 닫히더군요. 틈새로 빛이 조금 들어오더니 그 위에 천이 덮이며 깜깜해졌습니다. 눈을 떠도 어둠, 눈을 감아도 어둠. 이런 게 무덤 속이구나 싶더군요. 가족, 친구, 직장은 어디에 있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관 밖에 있었습니다. 아, 이런 거구나, 죽는다는 게. 세상 어떤 것도 이 안으로 가져올 수 없구나. 숨을 거뒀으니 이 몸도 곧 썩겠구나. 그럼 무엇이 남나? 아, 그렇구나! 마음만 남는구나. 그게 영혼이겠구나. 한참 지났습니다. 관 뚜껑이 열렸죠. 눈이 부시더군요.

우리는 늘 잊고 삽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하고, 알던 모든 이와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죽음이란 평등합니다. 가난한 집 처마에도 호화로운 집 발코니에도 학식 많은 사람의 창에도 문을 두드립니다.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못 간다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때가 되면 무언가를 하다가도 곧 손을 놓고 죽음의 사신을 따라야 합니다. 그 순간이 내게 아무리 귀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도 말입니다. 서글프지만 어찌할 수 없는 사람으로 태어난 운명이지요.

ㆍ젖떼기: 젖을 뗄 때가 된 어린아이나 어린 짐승
ㆍ젖내기: 아직 젖을 먹는 어린 것
ㆍ젖동냥: 남의 젖을 얻으러 다니는 일
ㆍ젖꽃판: 젖꼭지 둘레로 퍼져 있는 거무스름한 부분
ㆍ젖주럽: 젖이 모자라 잘 자라지 못하는 상태
ㆍ젖송이: 젖 속에 몽글몽글하게 엉긴 부분


두런두런 구시렁구시렁

1)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합니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임산부는 ‘임신부’와 ‘산부’를 합친 말입니다. 애를 가져서 배가 부른 여자는 임신부이고, 애를 갓 낳은 여자는 산부입니다.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면 배 속 아기에게 해롭다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

2) 땅에 짚을 때마다 고리가 흔들려 소리를 내는, 스님들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는 ‘석장’입니다. 선사들이 좌선할 때나 설법할 때 드는 지팡이는 ‘주장자’입니다.

3) 갈참나무, 졸참나무, 물참나무, 떡갈나무 같은 낙엽활엽 교목인 참나뭇과 열매를 통틀어 ‘도토리’라고 하고, 그것 때문에 ‘도토리나무’라고도 합니다. 별도로 상수리나무 열매는 ‘상수리’, 졸참나무 열매는 ‘굴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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