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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옛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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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 줄의 노트] 옛 노트에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0/29 09:11 수정 2019.10.29 09:11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제목에서부터 아련함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지나가 버린 그때 그 시절을 떠 올리게 만드는 마음으로 현재에서 과거로의 감각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한 편의 시에서 그리움이 그리움을 키우게 한다. 꿈이 많았던 시절, 무엇이든지 도전장을 내며 푸름을 안고 푸른빛을 가졌던 순수하고 밝은 마음을 가졌던 그때를 회상하게 한다.

누구나 푸른 봄으로부터 앵두가 익을 무렵의 여름까지 감정으로 오는 변화를 가지며 꿈꿔 왔던 시간이 있다. 그 흔적들이 책 꽃이 한쪽 옛 노트에서 또는 보물처럼 귀하게 모셔둔 상자에서 그 빛이 드러나는 순간 물 위에 뜬 현재는 이상을 꿈꾸게 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뒤돌아보는 그리움으로 그때의 기억을, 그때의 추억들을 나이만큼이나 오래 간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삶의 일부분인 그 감정 또한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지금은 그냥 풀밭을 스치는 바람처럼 옛 노트에서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듯 눈 앞에 펼쳐진 자연에서 현재의 삶에 충실해지려고 노력하자. 앵두의 색이 붉어지면 질수록 마음에 품은 이상도 높아져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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