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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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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전화하기, 항의 방문하기, 항의 문자 전달하기, 참관해서 모니터링하며 압박하기, 그리고 SNS로 시민에게 공유해 여론 형성하기’
이런 것들이 불의한 권력이나 정의롭지 않은 기업을 향해 시민ㆍ사회단체가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실천하는 고유한 전략인 줄 착각하고 살았구나 깨닫는 날들이었다. 이 모든 전략을 되레 고스란히 당한 2주일간의 시간은 ‘성평등’ 바로 이 한 단어에서 출발했다.
시작은 2019 양산시 양성평등 공모사업 “나의 첫 젠더수업. 사람책 도서관” -성평등한 청소년 진로 찾기-라는 현수막을 양산시내에 붙이면서였다. 그리고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현수막에 썼다는 이유로 양산시 관련 부서도, 양산 YMCA도 거센 항의에 직면하게 됐다. 양성평등을 사용해야지 왜 성평등이란 단어를 사용했냐는 항의다.
시민의 민원에 응답해야 하는 양산시로서는 현수막에 ‘양’자 하나를 더 넣을 수는 없겠냐고 중재를 한다. 달랑 글자 하나 바꿀 정도의 융통성도 없는 YMCA는 지난봄 정식으로 구성된 공모사업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결정된 사업명과 사업 내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바꿀 수는 없다고 팽팽히 맞선다. 그리고 이어진, 사전 약속 없이 찾아온 항의 방문에서 새내기 실무자들은 ‘시건방진 어린 여자’라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특별한 언어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지 뻔히 보이는 데도, 현수막을 보고 전화했다고 참관을 신청하는 성인분께 청소년 행사이니 참관은 힘들다고 응답하니, 곧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기자인데 취재를 하겠다고 집요하게 전화를 한다. 사람책 도서관은 사람이 책이 돼 성(gender)에 차별과 제약이 없도록 도전해 온 다양한 직업군의 강사를 모시고 청소년들이 그 경험을 듣는 소그룹 원탁 진행이니 조용히 와서 행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건으로 결국 취재를 응했다.
평소에 이렇게까지 YMCA 행사를 열렬히 취재하겠다는 기자를 만난 적이 없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직접 휴대폰에 저장된 행사 현수막을 보여주며, 성평등은 잘못된 단어 사용이라고 알려주기 위해 앞자리에서 집중하고 행사를 모니터링하는 수고로움을 담당하셨다. “행사는 뭐 괜찮아 보이네” 이런 평가도 받았다.
물론 ‘성평등=동성애 옹호’로 생각하는 과도한 해석으로 전국이 시끄럽기도 하고,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양성평등의 손도, 성평등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평등과 존중의 성문화 만들기”로 단어 자체를 바꿔 사용하는 사태까지 흘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나온 과정을 복기하는 것은 YMCA가 어리고 약한 소수자(마이너리티) 입장에서 겪은 경험이 앞으로 어디로 향해 가야 할 것인가를 반추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됐음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세계YMCA-YWCA는 매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을 기념해 전 세계적인 평화운동의 일환으로 이날이 포함된 한 주를 국제평화 친선기도주간으로 설정하고, 그 해의 주제를 정해 공동으로 예배와 성서연구, 기도회를 함께 하고 있다. 이번 기도주간의 주제는 “청년, 젠더평등을 위해 권력구조를 바꾸다(Young people transforming power structures for gender equality)”이다. 청년과 젠더평등, 그리고 권력의 중심에서 소외된 청년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키우는 일에 YMCA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열심히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