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낭만 사이 - 이승환 지금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불행한 나는 밀려든 허기에 열어젖힌 냉장고 불빛마저 시려 지워지지 않는 널 또 지우고 지운다.
채워지지 않는 나의 같잖은 공허는 일종의 사치다 일터로 가야 한다. 그래서 난 되도록 빨리 널 잊는다. 널 잃는다. 널 잊는다. 널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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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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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아 최근에 열두 번째 앨범을 낸 대중가수의 노래 제목인 생존과 낭만 사이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표현했다.
물질적으로 충분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남과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가진 것을 가질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고, 이 행복을 사기 위해 일(노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 청춘의 사랑과 이별이 낭만적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가사 내용처럼 곧바로 자신의 현실을 인지하고 일터로 나가야 한다. 낭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많은 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이미 자신의 가족이 있는 지역에서 떨어져서 정착하거나 또다시 이주하고 다시 정착하는 삶의 연속일 수 있는 지금, 생존한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가 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가을이 다 떠나가기 전에, 단풍이 물든 나뭇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지금 계절을 마음껏 즐기고 싶지만 필자 역시 이동하는 차량의 풍경을 통해서 가을이 오고 가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저번 주에는 날이 좋아, 산책하거나 가까운 산을 방문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낭만을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카페를 비워둘 시간이 없다. 날이 좋은 시간대에 산책할 여유는 없다. 손님들이 그 시간대에 몰리기 때문이다. 카페는 아침부터 준비해서 점심부터 늦은 오후까지가 하루 중 가장 바쁘다.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와 맛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카페지기의 삶이기 때문이다.
보통 카페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낭만을 생각한다. 커피 한 잔 내리는 일도 낭만적이고, 카페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도 낭만적이고, 손님이 없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카페를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 역시 자영업이다. 얼마 전 읽은 기사에 전국에 7만개 카페가 있고, 폐점률이 치킨집보다 높게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8천곳이 넘게 폐업했지만, 그 해 1만곳 이상 창업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떠오른 것은 돈을 벌기 위해 한 선택이라면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고, 낭만적 삶을 선택한 거라면 카페를 잘 몰랐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와 닿지 않는 일이다. 결국에는 카페의 본질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서 가장 낭만적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최근 서원에서 평일 저녁과 주말 근무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생각보다 많은 이력서를 보내서 놀랐다.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으로 채용공고를 냈을 때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적이 있다.
많은 이력서를 보면서 또 하나 놀란 것은 자기소개서를 쓴 사람과 그 속에 커피 이야기를 담아낸 응시자는 너무나 적었다는 것이다. 카페를 일로써 보는 이가 많았고, 카페지기로서는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가 어려웠다. 커피가 좋아서 응시한 것인지,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응시한 것인지, 그저 일자리가 필요해서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도,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도, 필자가 지금 말 할 수 있는 카페는 이렇듯 생존과 낭만 사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