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독자 초대석] 자연인(自然人)..
오피니언

[독자 초대석] 자연인(自然人)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1/19 09:05 수정 2019.11.19 09:05

 
ⓒ 양산시민신문  
종편에 매주 수요일 밤 방영하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종편 가운데 시청률이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다. 산중에 들어가서 유유자적하게 혼자서 생활하는 모습에서 어떨 때는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 오죽하면 첩첩산중에 가족과 생이별해가면서 혼자서 지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나이가 지긋해서 노후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젊은 40~50대도 가끔은 나온다. 사연 없고 핑계 또한 없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대단하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지 싶다.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설정을 재미있게 꾸몄겠지만 그래도 용기가 안 생긴다. 손으로 하는 것은 해 본 적이 없다.

욕심은 아니더라도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는 삶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고 한다. 요즘 나라가 많이 시끌벅적하다. 과거(科擧)에 급제한 이몽룡의 출세가 없었다면 춘향의 사랑 또한 슬픈 연가(戀歌)로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의 많은 이가 큰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욕심을 가질 수밖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늘 후회할 일을 만들기 마련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초췌한 사람들을 보면서 한적한 산야에 이름 없이 지내는 게 더 행복한 인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들 인생은 자식들에게 맡겨두면 되는데 부모가 나서서 무슨 스펙을 만들어 준다고 그 난리법석을 떨어 온 집안 망신을 당하는지 안타깝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선거에서 이기게 해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당연지사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일등공신 반열에 올라 한자리 맡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능력과 실력이 따라주면 무슨 문제가 될까 마는 그렇지 못한 인사 배정에서 부작용을 낳는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은 출세에 목을 맨다. 벼슬을 못 하면 죽어서도 ‘학생(學生)’으로 남는다. 죽고 나서 쓰는 ‘제사신위(祭祀神位)’에 벼슬을 못 하면 ‘현고학생(顯考學生)’으로 적는 것이다. 과거시험에 합격해야 성공한 인생으로 평가됐다. 지금의 고시 합격 정도를 말하는 것 일게다. 길을 지나다 보면 현수막에 누구누구 아무개 아들 사법고시 합격 축하 현수막을 만들어 자랑도 한다.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가문의 영광이 바뀌는 순간인데 장원 급제해서 어사화 꽂고, 금의환향하는 것이 인생 최대 행복이자 영광 아니겠는가?

지금은 장관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사양한다는 것이다. 전국에 생방송하는 청문회장에서 발가벗기는 모습이 싫어서라도 본인은 물론 가족이 반대한다고 들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더 무참하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권력을 가지면 재물도 탐이 나고, 재물을 많이 가지면 권력이 탐이 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가 한 번쯤 뒤돌아보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자연인’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아! 맞다. 벼슬이 없는 것도 장점은 있다. 벼슬을 하면 첫째, 자기 시간이 없다. 매일 회의하고 행사에 참석해서 내키지도 않는 억지 축사를 하고 술까지 받아 마셔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인사치레를 의무적으로 하고 다니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한국 사회는 지연, 학연, 혈연이 지배하는 사회다. 이 연줄을 타고 크고 작은 부탁이 쇄도한다. 들어주지 않으면 의리 없는 인간, 인정머리 없는 인간, 너 그 자리에 얼마나 있나 두고 보자는 등의 원망이 쏟아진다. 인간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공직에서 성공하려면 이 욕망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오늘날에는 사명감과 능력을 두루 겸비하지 못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작두에 올라타는 무당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마치 칼에 묻어 있는 꿀을 핥아 먹는 일이라고나 할까?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수단을 통해 감시ㆍ감독하는 시대에 공익을 빙자해서 사익을 추구하면 불을 보듯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무관유한(無官有閑)’도 인생의 큰 혜택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