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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아이들은 자란다..
오피니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아이들은 자란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1/26 09:02 수정 2019.11.26 09:02

 
↑↑ 정미향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양산시민신문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대상으로 법원에서 내리는 처분인 ‘수강명령교육’으로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오는 청소년들을 연간 수십명씩 만난다. 여러 가지 사연과 여러 번의 비행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수강명령으로 우리 센터에 오게 될 때쯤에는 이미 보호자들도 지쳐 있고, 본인도 자포자기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수강명령교육으로 만났던 A는 처음 만날 때부터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웃는 얼굴을 보여준 적도, 그렇다고 화를 낸 적도 없었다. 수강명령 이수를 위해 진행하는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에는 오지 않거나 지각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지각 시간을 채우기 위해 제시하는 추가 이수에 대해서도 쿨하게 “생각해볼게요!”라는 말만 남기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부모 상담도 함께 진행했으나 아이는 이미 부모와 소통하지 않으려 했고, 부모 또한 아이에게 많이 지쳐있었다. 결국, 수강명령은 미이수 처리했고 법원에 통보됐다. 다시 재판을 받게 됐으며, 어떤 처벌이 내려졌는지는 센터에서도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1388 상담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진로검사를 하고 싶다고 해 일정을 잡고 만났는데 바로 A였다. 정확히 1년 6개월 만이었다. 여전히 깡마른 몸매에 1년 6개월 전에도 하던 치킨집 알바를 계속하고 있다는데, 의욕 없이 무표정이던 A가 진로검사를 신청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치킨 튀기는 건 전문가겠네!”라는 내 말에 살짝 웃는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 전에 없이 진지하게 집중해 진로검사를 했다. 치킨집 매니저 제안을 받았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나에게 묻는 A의 말에 나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1년 6개월 전보다 한참은 자라있었다. 방황과 비행 또한 A에게는 성장의 시간이었음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렇게 깨닫는다.

아이들은 자란다. 이만큼 당연한 말이 없다. 당연한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고는 왜 이렇게 방황하고 있냐고 자꾸만 재촉한다. 아이는 열심히 자라는 중이었는데…. A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찾아온 은인 같다. 그리해 지치지 말고 열심히 상담하라고.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 상담전화 1388’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의 일상적인 고민부터 진로, 스마트폰 사용, 가출, 학교폭력, 학업중단 등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에 관련한 모든 것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

또한 ‘cyber1388’사이트를 통한 채팅 상담과 게시판 상담이 가능하며, ‘#1388’을 통한 문자 상담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한 상담도 운영하고 있으니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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