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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박사의 경제 산책] 한국 제조업, 과소평가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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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박사의 경제 산책] 한국 제조업, 과소평가 안 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1/26 09:03 수정 2019.11.26 09:03

 
↑↑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학 박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양산시민신문  
한국의 많은 연구자는 한국 제조업 기업들 혁신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 산업생태계 정점에 위치한 기업집단, 즉 재벌 선도기업들은 협력기업에 단가인하(cost reduction)나 기술탈취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재벌기업들은 혁신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기보다 단가인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중소벤처기업들이 이룩한 기술적 성과를 탈취함으로써 기술적 진보를 독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통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 혁신능력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은 블룸버그 혁신지표(Bloomberg Innovation Index) 비교에서도 잘 나타난다. 블룸버그통신은 매년 주요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총 7개 부분 혁신지표의 국가별 순위를 계산하고, 이들 분야의 점수를 합산해 국가 간 혁신능력을 비교한 지표를 발표한다. 한국은 1인당 노동생산성을 제외하면 모든 지표에서 4위 안에 속한다.

총점에서도 89.28점으로 2위인 스웨덴 84.7점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주요국 가운데 2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도 2위다. 한국은 2018년에만 블룸버그 혁신지표에서 1등을 한 것이 아니라 2014~2018년 5년 연속 블룸버그 혁신지표 1등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 순위는 변동하지만, 한국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총액 기준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크며,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 비율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뿐만 아니라 인구 1천명당 연구개발 인력 비율에서도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다. 한국의 혁신적 투자 역량은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결과 한국은 시간당 생산성 상승률도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2000~2013년 사이 제조업 노동생산성 상승률과 총요소생산성 상승률은 OECD 국가 전체에서 1위를 기록했다. 노동생산성 상승률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와 같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발전 국가인 것을 감안하면 주요국 가운데 한국 제조업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생산성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적인 투자와 기민한 기술지원 체제 구축,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서 한국 기업들은 높은 생산성 상승을 나타냈던 것이다.

과거에 한국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이룩한 기술적 성과를 역엔지니어링을 통해 모방하면서 추격했지만, 2000년 대 이후에는 추격 양태가 변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 폰 등 전자 업종에서뿐 만이 아니라 자동차와 철강, 조선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조차 한국 기업들은 주요 부분에서 세계적인 선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기술추격자에서 기술선도자로 변모하고 있다.

블룸버그 혁신지표에서 점수가 높거나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상승했다고 해서 그 국가의 성장성, 혁신성이 최고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 없다.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인 요소들이 기술적 잠재력, 혁신능력에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산업생태계가 단지 중소기업을 약탈하는 것에만 의존해 있다거나, 한국 제조업 혁신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하는 대중들의 통념, 심지어 연구자들의 통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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