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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나무
오피니언

[詩 한 줄의 노트] 나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1/26 09:06 수정 2019.11.26 09:06

나무

                                   김재진

문득 눈앞의 세월 다 지워지고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수첩 속에 빽빽하던 이름들 하나같이
소나기 맞은 글씨처럼 자욱으로 번질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세파에 치어 각양각색인
남루 또한 지나간 상처 마냥 눈물겹고
서있는 사람들이 한 그루 나무처럼
이유없이 그냥 아름다울 때 있다
가파른 세월이야 지나면 그뿐,
코끝을 감고 도는
한 자락 커피 향에 두 눈을 감고
비 맞는 나무처럼 가슴 적시는
무심한 몸놀림이 아름다울 때 있다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나무를 보면서 인간의 삶과 비교해 본다. 잎이 나고 열매 맺고 고운 단풍에서 낙엽이 되고 나목이 된 한 그루 나무.

말없이 서 있는 나무지만 사계절 자연이 주는 현상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비 내리고 바람이 불면 잎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나무를 보기 어렵듯 생로병사, 희로애락, 인간의 몸 또한 건강을 잃다 보면 슬퍼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다. 계절의 끝에선 11월, 잎이 거의 없어져 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초록 잎들로 빽빽했던 숲이 있었던 날들처럼 한 사람의 일상이 바쁘게 가득 채워졌던 계획들로 보냈던 젊은 날을 돌이켜 보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생과 한 그루 나무가 다를 바가 없다. 모든 것이 싱싱하고 아름다울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물을 주고 가꾸면서 사람이 나무에 위로가 됐던 시간이다. 가슴 시린 날들이지만 남아있는 시간을 나무는 바람으로 흔들리며 느끼고 인간은 감정에 순응하며 지낸다. 단풍으로 절정에 달한 한 그루 나무가 낙엽이 되고 신발이 닳도록 걸었던 시간이 언제였던가를 헤이며 더 이상 걷지 못할 때 그 슬픔을 바라보며 눈물이 날 때가 많다.

꽃 피고 꽃 지듯 인간의 죽음 또한 절대적인 평등인 것이 위안이 될 수 있는 시간에서 자연이 사람에게 사람이 자연에게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아낌없는 사랑으로 대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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